저자  
  게리 토마스  (2005-09-15 오전 11:47:43, 조회 : 2166)
출판사  
  CUP 

제목  
  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 전의우 옮김
 / 2004년 4월 / 305쪽/ 11,000원

▣ 저자  게리 토마스
게리 토마스는(Gary Thomas)는 작가이자 성경과 교회사와 기독교 고전을 통합하는 사역을 하는 <복음주의 영성센터>(Center for Evangelical Spirituality)의 설립자 및 대표이다. 그는 웨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영성 훈련 과정을 강의하고 있으며, <Spiritual Formation Bible>의 기고자 중 하나이다. 현재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워싱턴주 벨링햄에 살고 있다. 저서로 Authentic Faith, Sacred Marriage(『사랑과 행복, 그 이상의 결혼 이야기』, 좋은씨앗), The Glorious Pursuit, Seeking the Face of God (CUP 근간) 등이 있다. www.garythomas.com 

▣ 역자  전의우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3년부터 기독교서적 번역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역서로는『자녀의 미래가 열린다』,『그리스도의 마음』,『부부건축』,『드림어 or 모사꾼』,『하나님의 종이 되는 일에 관하여』,『성공하는 창소년 사역자의 8가지 습관』,『골방 기도 훈련』,『팔복』외 다수가 있다. 98년『하나님과의 신선한 만남(요단)』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출판문화상 신앙부분 최우수도서 역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Short Summary 
어느 시대에서나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의 보다 친밀한 교제를 갈망했다. 저자는 성 어거스틴, 토마스 아켐피스, 이그나티우스 로욜라, 아빌라의 테레사, 존 오웬, 윌리암 로우, 조나단 에드워드 등 과거의 위대한 영성가들의 지혜를 찾아내어 현대 그리스도인이 영성 회복을 위한 책으로 엮어냈다. 하나님께 너무나 사랑받고 하나님을 절절히 사랑했던 그들의 영성은, 간절히 우리를 찾고 계시는 하나님께 발견되는 감격을 선물한다. 당신의 영혼을 자극하는 영적 진실을 재발견하고 하나님과 더 깊이 동행하는 감격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 차례   
1. 믿음의 여정 _ 하나님을 더 친밀하게 만나기
2. 결승점에서 출발 _ 영적 목표 설정하기
3. 목적이 이끄는 영성 _ 일곱 가지 영성 훈련
4. 경건한 삶 살기 _ 죄와 유혹 피하기
5. 즐거운 내어맡김 _ 놀라운 축복, 그리스도인의 복종
6. 고요함으로의 추구 _ 단순함의 유익
7. 하나님의 높으심과 우리의 낮음 _ 겸손의 두 기둥
8. 죽음이 살아 있게 하라 _ 죽음을 준비하는 행복
9. 어려움, 우리의 스승 _ 고난의 달콤함
10. 영적 폭식의 위험 _ 영혼의 어두운 밤
11. 영혼의 계절들 _ 영적인 삶의 여정들
12. 영혼의 수술 _ 영적 인도를 위한 지침
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게리 토마스 지음 / 전의우 옮김
CUP / 2004년 4월 / 305쪽 / 11,000원

저자 서문
보스톤 외곽에 있는 왈던 폰드 근처에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오두막 터였던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소로우는 진리의 일부분을 발견한 타고난 신비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의 아름다움에 너무나 심취된 나머지 그 뒤에 계신 하나님을 놓쳐 버렸다. 가까이는 갔으나 시선을 너무 아래에 두었던 것이다. 그 역시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처럼 작은 진리에 가려 큰 진리를 보지 못했다. 소로우는 피조된 것들 때문에 영원한 것을 포기했으며, 이것은 아기의 아름다움과 아기에 대한 자신들의 기대에 너무나 빠져버린 나머지 창조자 대신에 피조물을 경배하기 시작하는 부모나, 하나님을 섬기는 직분에 너무 큰 성취감을 맛본 나머지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이 아니라 그분의 교회를 예배하기 시작하는 목사와 다르지 않다. 일시적인 것에 가려 영원한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세상은 훌륭한 탐구 대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치우친 마음으로 대할 때 우리의 첫사랑을 버리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살펴보는 것이다. “담대히 내게 접근할 자가 누구뇨.”(렘 30:21) 그리스도인의 싸움은 날마다 삶 속에서 하나님을 중심에 모시는 싸움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세상이 정말 보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는 데 헌신된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소명은 바로 그것이다. 

1. 믿음의 여정 / 하나님을 더 친밀하게 만나기
우리는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지음 받았다.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예배하고 알며 사랑하려는 일이야말로 우리 마음의 진실된 외침이어야 한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하나님은 우리가 사랑하기에는 너무 힘든 대상 같다. 육체와 시간에 매인 우리가 어떻게 영이시며 영원하신 하나님과 관계를 가질 수 있겠는가? 지성에 한계가 있고 우리의 열정 그 너머의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이 어떻게 무한히 거룩하고 영화로우시며 그 마음에 죄가 한 번도 자리한 적이 없는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겠는가? 

그리스도께서 ‘나를 따라 오라’며 우리를 부르실 때 이뤄지는 그분과 우리의 관계만큼 불균형적인 관계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인간의 최고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분을 영원히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즐거워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보이지 않으며 그 음성도 직접 들을 수 없는 분과 어떻게 관계를 가질 수 있는가? 이것이 지금까지 하나님을 향한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과 거룩한 열정으로 불타는 마음을 안고 믿음의 여정을 살았던 사람들이 던진 궁극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소중한 믿음의 형제, 자매들을 소개하고 싶다. 이들이 싸웠던 싸움과 발견한 지혜, 이들의 승리와 패배를 소개하고 싶다. 또한 이들의 지혜와 실제적인 조언뿐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열정까지 전해주고 싶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옛 영성가들의 삶에서 풍성한 유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전통적으로 교회에서 폭넓게 일치하는 사상과 이들이 하나님의 영을 추구하는 실제적인 모습과 특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영성’에 관한 관심이 너무나 고조되어 있는 이때에 그리스도인의 영성이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첫째,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인간 중심적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적이다. 우리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주관적인 경험이 아니라 객관적인 진리에 근거한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님을 바로 아는 것이다. 셋째,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타인 중심적이다. 하나님을 아는 것 다음으로 그리스도인의 영성의 주된 목적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 고통과 의심과 기쁨을 함께 하는 타인 중심적인 사람이 되라는 소명을 따르는 것이다. 우리의 참된 성취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그런 후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함으로써 받은 사랑에 반응하는 것에서 이뤄진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영성의 본질이다.

2. 결승점에서 출발 / 영적 목표 설정하기
대부분의 전도자들은 구원은 믿음을 통해 은혜로 얻는다는 사실에 깊이 잠겨 있기 때문에 구원을 이루려고 애쓴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때문에 다른 귀중한 진리를 놓치고 있다. 바로 우리가 성장해야 한다는 진리이다. 성장은 고통스럽다. 대부분의 경우 성장은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성장의 동기를 강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그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예수께서 나를 위해 이미 다 하셨어요.”라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믿음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게으름에서 나오는 말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성장을 촉구하는 말로 가득하다.

오래 전부터 가장 인기 있는 기독교 작가인 존 클리마쿠스는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우리는 모든 악과 모든 덕에 관하여 자신이 출발점이나 중간이나 결승점 가운데 어디에 와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우리에게 목표 설정과 지속적 성장이라는 개념이 없다면, 자신이 출발점에서 멈춰 서 있는지, 중간 지점에서 만족하고 있는지, 아니면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기독교 문학과 영성에 관한 고전들을 탐구하면서 하나님과 아주 활발하게 동행했던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들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재발견하는 첫 번째 단계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여러 세대를 통해 세운 많은 목표를 살펴보는 것은 유익이 된다. 클리마쿠스는 신자들을 ‘냉정함’으로 인도하려 했다. 이것은 세상적인 열정을 천국을 향한 갈망으로 바꾸는 방향 전환을 말한다. 16세기 십자가의 요한은 ‘신적 연합’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이것은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는 영적 어려움의 여러 단계를 통과한 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영적 결혼이다. 나의 목표를 발견한 것은 아빌라의 테레사를 만났을 때였다. 그녀는 기도의 여섯 단계를 거쳐 마침내 일곱째 단계, 곧 그녀가 ‘내성’이라고 부르는 궁극적인 목표에 이르게 해주었다. 이 영성가들은 모두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목표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형성해 주었다. 

오늘날 복음주의 교회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성장을 기대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적 진보는 훌륭한 목표지만 영적 진보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이것은 마가복음에서 나타난 예수님의 일차적인 관심과는 전혀 동떨어져 보인다. 예수님의 삶은 우리 목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것은 사색(기도, 묵상, 홀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과 공적 사역(가르침, 치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섬김)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통해 내가 받아들인 목표는 나 자신을 하나님 중심으로 만든 후에 타인 중심적이 되는 것이었다. 

마가복음 1장에서 예수께서는 우리의 무지를 몰아내셨으며, 귀신을 물리치셨고, 병든 자와 눌린 자를 자유케 하셨다. 바꿔 말하면, 예수께서 걸으실 때 지옥이 그분의 발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우리에게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 주신다. 그것은 바로 지옥이 우리의 발 앞에서 산산조각 나며,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 목표, 곧 우리의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흘러 넘치며 그로 인해 우리의 발 앞에서 지옥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은 우리를 계속해서 능력있는 사람이 되라고 격려해 준다. 이 목표는 핵심적인 질문, 즉 “우리 주변 사람들이 변화 받고 있는가?”로 우리를 이끈다. 이러한 나의 목표는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동일한 목표였다. 

분명한 영적 목표 설정에 관한 옛 영성가들의 예에서 유익하다고 느낀 몇 가지 단계들을 소개하자면, 첫째, 시간을 내어 복음서를 읽으면서 당신과 그리스도를 비교해 보라. 둘째 옛 영성가들이 목표했던 바를 느껴 보고 친숙해져라. 셋째, 기도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재점검하라. 넷째,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라. 다섯째, 관련 성구나 책을 찾아 정보를 늘려라. 여섯째,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기억하라.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3. 목적이 이끄는 영성 / 일곱 가지 영성 훈련
이 장에서는 헌신이 없이는 목표가 성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살펴볼 것이다. 그저 목표를 머리 속에 그리기만 하면 그 목표가 성취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타락한 세상에서 타락한 인간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게으름, 이기적 야망, 탐심, 교만, 그리고 그 밖의 잘못된 태도와 죄를 이기기 위해 평생 훈련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학교나 직장, 결혼생활, 자녀 양육, 운동, 그 외 거의 모든 분야에서와 같이 영적 성장의 경우도 성공할 수 없다.

토마스 아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에서 영향을 받은 윌리암 로우의 저서 『경건한 삶을 위한 부르심』에서 로우는 이렇게 촉구한다. “당신은 경건한 책읽기와 거룩한 묵상, 그리고 금식과 기도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살찌워야 한다. 그래야 이생이 끝날 때 시작되는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고 즐기며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거룩한 두려움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며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계속 점검하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하며, 모든 의무에 대해 양심을 엄하고도 부드럽게 유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나태함에 빠지며 결코 천국의 상급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지금까지 잊혀졌거나 등한시된 영성 훈련의 일곱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1) 경건한 책읽기 - 경건한 책읽기는 첫째, 순전히 지적인 훈련이 아니라 마음의 적극적인 변화에 목적이 있다. 마음으로 읽는다는 것은 천천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각 단락을 음미하면서 성령에 귀를 기울이며 읽는 것을 말한다. 어떤 부분은 강조되며, 그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경 구절이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령께서 우리가 읽고 있는 진리를 우리의 영혼에 적용시키는 모습니다. 둘째, 다섯 권의 평범한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두세 번 읽는 게 더 유익하다. 셋째, 저자의 제한된 시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경적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그의 인생 여정에서 어느 시점에 있는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넷째로, 진리는 때때로 역설에서 발견된다. 그러므로 영적 고전들을 읽되, 배타적인 태도가 아니라 종합하려는 자세로 읽어라.

(2) 훌륭한 본보기들을 본받아라 - 성숙의 과정에서 우리는 훌륭하고 긍정적인 본보기들을 찾아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나는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특별한 임재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많은 것을 묻는다. 어떻게 그들이 현재처럼 되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3) 덕목을 길러라 - 참된 덕은 성취물이 아니라 은사, 곧 성령의 열매이다. 옛 영성가들, 그리고 성경은 우리가 성령의 일에 협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영적 훈련은 우리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우리의 어두운 부분에 종이 될 필요는 없다. “전 원래 그래요.”라는 말은 겸손한 고백이 아니라 게으름의 고백이다. 

(4) 불편함을 활용하라 - 우리는 때때로 우리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에 자연스럽게 빠진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탐닉은 우리를 유약하게 할 수 있다. 십자가의 요한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의 힘을 기름으로써 ‘영적 쇠퇴’와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편안한 길을 택하지 않고 훈련함으로써 우리의 열정과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우리가 내리는 작은 결정들이 실제로는 우리의 인격을 형성해 가는 영적 전투들이다. 진정으로 성장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은 적이 아니라 친구일 수 있다.

(5) 진리를 몸에 적용하기 - 몸에 자신을 맡기면 하나님의 길에서 멀어지게 된다. 윌리암 로우는 몸을 훈련시키는 일이 거룩한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행동은 전적으로 영에 속한 것도 육에 속한 것도 아니며, 습관도 영과 몸 양쪽 모두의 행위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확실한 것은 헌신이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습관에 이르기를 원한다면 늘 묵상하고 영을 훈련시키고 또한 내적 기질에 편안함을 느끼는 모든 외적 행동에 대해 몸을 연습시키고 훈련시켜야 한다.” 율법주의의 위협 때문에 진리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 훈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물론 행동으로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과 행위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행동을 다스림으로써 우리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모든 행위들은 마음에서 기질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기에 우리 영혼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외적 행위들의 주인이 되는 것은 마음의 내적 상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설령 우리가 몸과 영혼을 훈련시킨다 하더라도, 우리의 믿음은 이런 훈련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악을 행할 때에도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우리 죄를 덮으며, 선을 행할 때에도 성령께서 우리를 지탱시키신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6) 일찍 일어나라 - 아침에 기도하는 것은 많은 유익을 준다. 해가 뜨는 것을 보면 우리 영이 하나님께로 향하며, 마음에는 감사가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영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

(7) 되돌아보며 살아라 - 이기적인 선입견은 영적 성장을 가로막지만, 분별 있는 자기 회상(성찰, 반성)은 기독교의 본질적이고 건강한 요소이며 영적 성장을 확인하게 해주는 거울이다. 자기 성찰은 우리가 게을러지는 것을 막아주고, 성장이 지체될 때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 모든 영적 훈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일깨워진 마음으로 모든 것을 드림으로써 하나님의 자비에 반응하는 은혜의 영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로운 삶과 혹독한 훈련이 있더라도 그 속에 은혜로 채워진 마음이 없다면 이것은 노른자 없는 계란과 같다. 책임과 은혜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기초를 떠받치는 두 개의 큰 기둥이다. 

4. 경건한 삶 살기 / 죄와 유혹 피하기
고전과 그 저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들이 죄와 유혹에 정직하게 접근한 모습에서 용기를 얻는다. 17세기 신비주의자 페네롱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영적 조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다. “나 자신은 어느 누구보다 다루기 힘든 존재이며 나로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존재이다.” 프란시스 드 살레도 당시 유명한 영적 조언자였으나 자신에게 가장 힘든 두 개의 감정은 바로 사랑과 분노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받는 유혹을 알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받는 유혹에 부드럽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자기 마음의 죄를 알고 있었지만 본받을 만한 삶을 사는 법을 발견했다.

경건한 거룩을 구할 때 우리는 먼저 죄의 불합리성을 이해하고, 무엇이 거룩이고 무엇이 거룩이 아닌지를 논의해야 한다. 죄가 정말 무엇인지 깨달을 때 기독교의 도덕적 요구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거룩은 짐이 아니라 죄에서 자유케 하는 것이다. 예수님과 바울을 비롯한 옛 영성가들은 거룩이 열정을 이기는 것이라기보다 열정을 깨끗한 삶으로 바꾸는 문제라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 파스칼의 말처럼 “거룩과 선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경험이 보여준다.” 거룩은 따뜻한 난로이며, 바깥 차가운 곳에서 떨고 있는 우리를 불러들이는 안식처이다. 참된 거룩의 뿌리는 규범이나 원칙이나 기준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참되고 거룩한 하나님을 향한 넘치는 열정이다. 

페네롱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는 염려와 두려움이 없다. 우리는 마치 하나님의 사랑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질투하시는 하나님께서 재촉하시며 가장 작은 일에까지 끊임없이 압박하시고 그 영혼을 구속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 순간에, 그 영혼은 자신이 자유하다는 것을 발견하며 그분 안에서 깊은 평안을 누린다.” 아빌라의 테레사도 하나님과 더 친밀해지면서 자신의 욕구를 변화시킬 수 있었으므로 관계적 거룩을 이해하고 있었다. “내 영혼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영적 기쁨을 경험했으며 그러기에 세상의 기쁨을 배설물로 여긴다. 내가 세상의 기쁨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좀더 나 자신에게 주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발견하며 모든 면에서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하룻밤 사이에 이뤄지는 경험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스트레스, 혼란, 나약함, 그 밖의 모든 것이 옛 습관을 되살릴 수 있다. 계속적으로 하나님과의 사랑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같이’ 우리의 창조자를 갈망하고,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우리 주 하나님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때, 거룩은 우리 열정의 부산물이 될 것이다. 이것은 어떤 원칙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원칙이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원칙대로 제대로 하고도 99퍼센트 위선자일 수 있다. 예수께서 정말 중요한 싸움터는 바로 우리의 마음임을 지적하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 상태가 곧 덕의 진정한 모습이다. 

거룩이 성장하면서 유혹은 점점 줄어든다. 따라서 죄는 우리를 공격할 보다 교묘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유혹을 받지 않을 만큼 성숙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일관되게 주어지는 명령은 어린 아이처럼 아버지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페네롱은 “무서운 것을 보았을 때 움츠리며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는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라.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최고의 치료제이다. 이것이 우리를 지탱시켜 주고 편안하게 해주며 우리를 안정시켜 준다.”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싸워야 하고 언제 피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존 클리마쿠스는 이렇게 충고했다. “우리는 죄와 언제, 어느 정도까지 싸워야 하며, 언제 싸움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민첩해야 한다. 우리의 약함으로 죄를 맞이해야 한다면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죄는 우리 모두가 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죄는 우리가 넘어질 때 무엇인가를 배우라고 촉구한다. 참된 회개는 다른 어떤 행동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며 배움의 자세로 인도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과정 중에서, 실제로 회개 중에 그분을 만날 때 그분과 가장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이것은 하나님이 그렇게도 싫어하시고 우리도 싫어하는 교만이 마침내 죄와 유혹에 의해 깨졌기 때문이다. 페네롱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가장 헌신된 사람들의 마음에도 선과 악이 함께 하도록 허락하십니다. 선한 영혼들 속에 남아 있는 이러한 불완전함이 그들을 겸손하게 하며,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고 자신의 약점을 깨닫게 하며, 하나님께 더욱 열심히 달려가게 합니다.” 죄를 지었다면 이 가르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연약한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나아가라. 나는 새롭게 회개하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용서를 받을 때보다 ‘더 강하다’고 느껴진 적이 거의 없었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유혹에는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많은 경우에 유혹은 전혀 받지 않는 것보다 자주 받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유혹이 있을 때 우리는 안일함에 빠지지 않으며, 교만에 사로잡히지 않고, 세상의 편리함에 자신을 쉽게 내어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약점과 불순종까지도 그분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시며, 이러한 능력은 그분의 주권과 주되심을 보여 주는 보다 더 심오한 진리이다. 그러므로 드 살레는 이렇게 조언한다. “크든 작든 간에 모든 유혹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은 마음을 열고 생각이나 느낌, 감정을 지도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단이 영혼을 유혹하는 첫 번째 전략은 침묵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상담자나 지도자에게 마음을 털어놓기를 요구하신다.”

은혜로 산다는 것은 영적으로 게으르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죄를 짓는다고 해서 계속해서 자신을 꾸짖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자유로운 영으로, 자신을 지나치게 책망하지 않으면서 죄의 원인과 그 죄가 우리 삶에서 힘을 갖는 이유를 밝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큰 일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작은 일을 통해 일관되고 견실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룩은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친 일관되고 철저한 삶의 열매이다. 또한 우리는 나쁜 기질을 버리는 것보다 온유함과 관대함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덕으로 악을 대신하는 방법은 사회 환경을 바꾸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드 살레도 유혹이 닥치기 전에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뒷북을 치는 것이 아니라 앞북을 치라고 촉구했다. 

죄를 자신의 종으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법을 배우려면 영혼의 슬픔의 덫을 피하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지나친 번민은 ‘영혼의 슬픔’이나 낙담, 또는 ‘불안’으로 이어진다. 영혼의 슬픔은 행위에 바탕을 둔 결과이며, 하나님을 섬기길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자주 걸리는 병이다. 악으로부터 해방되려 하거나 선을 성취하려는 과도한 바람에서 나온다. 드 살레는 참된 거룩은 인내와 온유와 겸손과 고요, 그리고 자신의 부지런함이나 근면함보다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대하는 데서 길러진다고 말했다. 행위를 통해 죄에서 해방되기 원한다면 피로에 지치게 된다. 그리하여 악을 제거하고 약화시키는 대신 영혼이 고통과 곤궁에 빠지고 용기와 힘을 잃게 되며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영혼의 슬픔에 잠기게 될 것이다. 사단은 이 영혼의 슬픔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더 큰 패배를 안겨 주어 우리를 절망의 절벽에서 떨어뜨리려 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은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는 그리스도에게 달려 있다. 덕이 지나치게 중요해질 때, 다시 말해 덕을 행하고 죄를 피하는 것이 우리 삶의 일차적인 목적이 될 때, 이차적인 것을 일차적인 것보다 우선시하게 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경건을 우상으로 삼는 것이다. 경건한 거룩은 하나님이 우리의 영혼을 돌보신다는 것을 믿고 조용히 그분을 의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노력이 아니라 은혜에 달려 있으며, 하나님을 대신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협력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 없이는 우리가 죄를 지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겸손은 거룩을 표현하는 또다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죄에서 자유롭기 원하거나 하나님 나라에 유익한 일을 향하려 할 때 우리는 마음을 ‘평온하고 고요하게 안정시키며’ 자신이 바라는 바를 부드럽게 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드럽게’란 서두르거나 염려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잘못을 바로잡도록 부드럽게 격려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꾸짖는다면, 여기서 나오는 회개는 초조하며 상처를 주는 격한 회개보다 더 깊이가 있으며 효과도 더할 것이다. 결국 경건한 거룩의 핵심은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우리가 하나님을 더 사랑할수록 그분의 뜻에 따라 살길 더 원할 것이다. 

5. 즐거운 내어맡김 / 놀라운 축복, 그리스도인의 복종
그리스도인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기도는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드리신 기도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이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실 때 먼저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고 하나님을 찬송하고 그런 다음에 “(당신의)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이루어지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절대적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내어맡기는 사람이다.

나는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맡기는 과정을 통해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첫째 질문은 ‘하나님은 선하신가?’였으며, 두 번째 질문은 ‘하나님은 주이신가?’ 즉 ‘하나님은 그분이 지으신 세상의 일들을 정말로 주관하고 계시는가?’였다. 우리 마음에서 이 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사실 하나님과 전쟁 중에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버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친밀감을 가지려면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이 두 진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이 치유받아야 할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기독교 고전의 중심에는 언제나 하나님께 내어맡긴 마음이 있었다. 이그나티우스 로욜라나 토마스 아켐피스, 아빌라의 테레사,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십자가의 요한과 같은 이들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매우 성숙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맡기고, 하나님과 싸우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대신 자신들의 전 생애를 그분에게 협력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야곱이 그랬듯이, 우리 또한 그리스도인의 길을 갈 때에 하나님과 밤새 씨름하게 될 것이다. 그 밤은 몇 달, 아니 몇 년간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날이 밝으며,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습니다. 하나님, 당신이 이기셨습니다. 당신이 나를 이기셨으니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더 이상 싸우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나를 당신이 원하시는 곳으로 인도하소서. 내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자신을 하나님께 내어맡기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의 욕망이나 변덕스러운 마음이 아니라 우리가 자기 고집대로 사는 것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내어맡김이 단지 부분적으로만, 몇 가지 죄만 희생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더 많은 것을 원하신다. 하나님의 도끼는 몸통을 찍는다. 온전히 자신을 죽이지 못할 때, 이것은 우리의 영적 건강을 크게 해친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신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들어오시려 할 때마다 작은 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포기하지만 예외를 두는 사람들은 자신의 전부를 하나님께 맡기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필요를 스스로 채울 수 있을지 연구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든 것을 맡기지만, 유혹을 받은 후에는 자신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이러한 사람들은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다. 이들이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고 날마다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지 않는다면, 순전한 마음이 누리는 참된 자유를 결코 맛보지 못할 것이다. 내어맡김이 없이는 그분과의 열매 맺는 연합이 있을 수 없다.”

또한 내어맡김은 결코 평생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내어맡김은 성장하는 그리스도인이 드리는 지속적인 예배이다. 하나님께서는 내어맡김 훈련의 한 부분으로,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것을 버리라는 요구를 자주 하실 것이다. 페네롱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설령 고상한 것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은사)이 성장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나면 영혼을 더럽히는 자아가 다시 살아나 오히려 덫이나 장애물이 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하나님께서 그 선물을 취해 가시는 것은 영원히 빼앗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더 좋은 것으로 돌려 주실 수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갖는 악한 소유욕에 더럽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이 선물을 가지고 가심으로써 우리는 그 선물이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 그때부터 그 선물은 더 이상 하나님의 선물이 아니다. 우리 영혼 속에 거하시는 하나님 자신이 선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그분과 단절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영혼이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나님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죄에서 해방되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내 삶에서 하나님이 나를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구덩이에 가두신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겉으로는 그분을 예배하면서도 ‘하나님, 왜 내게 이렇게 하십니까?’라고 계속 외치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는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대상을 예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맡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깨진 후에야 이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의 질문은 교만에 찬 신성 모독을 넘어 정직한 고통으로 건너올 만큼 그 경계선에 바짝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이 나의 삶을 주관하신다는 사실을 확신해야 했다. 마침내 나는 불평이나 의혹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감사라는 것을 발견했다. 감사는 내가 보다 성숙한 문으로 들어가는 일이 되었다. 감사의 선물은 점점 커졌고 불평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때서야 8년 간의 광야 생활까지도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었다. 내게 감사는 훈련이며, 다른 모든 훈련처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바로 이 때였다. 

감사의 기도는 내어맡김의 기도와 하나될 때 훨씬 더 큰 효과를 낸다. 그러나 그 뿌리를 보면, 내어맡김은 훈련이라기보다는 마음의 외침이다. 내어맡김은 기쁨이며, 큰 평안을 가져다 준다. 이 평안은 우리의 관계에 새로운 자유를 준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가족과 교회에 소속된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는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우리가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맡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과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평안에 거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족하지 못하며 염려하는 사람은 몇 가지 의심에 시달린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쉼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쉼을 얻는 것도 참고 보지 못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정작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등한시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내어맡기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이며 가장 큰 축복이다.

6. 고요함으로의 추구 / 단순함의 유익
나는 열 살 때 무릎을 꿇고 이런 기도를 한 적이 있다. “하나님, 당신을 볼 때까지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을 거예요. 하나님은 모세에게 나타나셨잖아요? 그러니 내게도 나타나 주세요!” 오랜 침묵이 흘렀다. 무릎이 아프고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났다. 그러나 끝내 하나님은 어린 내게 자신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 때 나로서는 30분의 시간을 드리는 것이 대단한 일이었다. 적어도 수년 후 모세 이야기를 다시 읽을 때까지는 그랬다.

모세는 하나님을 만나러 산으로 올라갔으며 그 즉시 구름이 산을 덮었다. “구름이 육 일 동안 산을 가리더니 제 칠 일에 여호와께서 구름 가운데 모세를 부르시니라.” 모세는 엿새 동안이나 산에서 기다려 겨우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엿새 동안이나 조용히 앉아서 기다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땠는가? “백성이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딤을 보고 모여 아론에게 이르러 가로되 일어나라 우리를 인도할 신을 우리를 위하여 만들라.”

이 메시지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심각한 동기가 아니라 지루함 때문에 우상 숭배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루했다! 기다리느라 지쳤다. 이것만으로도 거짓 신들에게로 얼굴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 돈을 요구한다면 수표를 써줄 것이고,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루함을 참으라고 해보라. 우리는 텔레비전을 켜거나, 신문을 집어들거나 라디오를 켤 것이다.

현대 문화는 ‘우상’에 취한 문화이다. 너나없이 시끄럽고, 혼잡하며, 급한 삶을 살아간다. 옛 영성가들은 하나님께 시간과 공간과 고요함을 드리라고 촉구하지만, 우리 현대인들은 하나님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영적인 ‘숨바꼭질’ 게임을 찾아냈다. 영성가 페네롱은 말한다. “하나님은 말씀을 그치지 않으신다. 그러나 밖으로는 피조물들의 소음과, 안으로는 우리의 열정이 우리의 귀를 멀게 하여 그분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한다. 우리의 영혼이 깊은 고요 가운데 그분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모든 피조물을 침묵시키고, 우리 자신까지 침묵시켜야 하며,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음성은 들을 귀를 가진 자만이 들을 수 있는 부드럽고 세미한 음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음과 흥분과 일에 중독되어 있을 때,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영적 고요의 문을 여는 것은 영적 두려움과 고독의 문을 여는 것일 수 있다. 하나님과 마주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파스칼은 말했다. “우리는 속도를 늦추면 내가 깊이 느끼는 고통이 나를 엄습하지 않을까 두려워 그 고통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멍하고 바쁘게 살려고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아찔한 속도로 달려간다. 사람들은 정직하지 못하게도, 사실은 끊임없이 두려움에 싸여 살면서도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체한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오락을 제거해 보라. 그러면 아우성을 치며 금방 자신들을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낄 것이다. 아무런 오락의 수단도 없이 자기 성찰로 내몰리는 바로 그 순간만큼 비참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락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우리의 불행을 증명해 준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다면 행복을 위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창조된 본성은 오로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서만 충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이 충만함은 고요함 속에 감춰져 있다. 고요함이 없으면 우리는 쉼을 얻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버린다. 오락에 중독된 우리는 싸우지 않고는 이 고요함에 들어갈 수 없다. 우리의 영혼은 오락을 달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다시 오락으로 돌아가게 놔둔다면, 우리는 결코 단순함의 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과 더 깊이 만나기를 원한다면 두려움과 지루함을 몰아내야만 한다.

하나님은 계시자일 뿐 아니라 치료자이시기도 하다. 우리의 슬픔과 고통은 피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고요함으로 인도하시는 것은 우리를 꾸짖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과의 더 깊은 교제로 인도하여 치료하시기 위해서이다. 영적으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 벌거벗은 채 서 있는 나약한 인간들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을 가장할 필요가 없다. 아담과 하와처럼 하나님 앞에 서기가 두려워 그분을 피하여 숨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옛 영성가들은 고요함에 들어가 하나님을 만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단순함의 훈련들을 제시한다: 

마음을 지키라.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라. 이를 위해 ‘하나님께 초점 맞추기’는 단순함을 유지하고 복잡함이라는 감옥에 갇히지 않게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을 아끼라. 영적인 사람의 표시는 설교하는 혀가 아니라 귀를 기울이는 마음이다. 영적인 사람은 자신의 음성을 듣기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어한다. 단순함은 우리가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해준다. 

호기심을 제한하라. 우리는 작은 스캔들 냄새라도 맡게 되면 항상 그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은 우리의 영혼을 죽인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재판관이 될 필요는 없다. 인스턴트 정보를 쏟아내는 요즘 시대는 우리가 알 필요도 없는 일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쉴새없이 쏟아지는 정보들은 우리를 짓누르고 우리의 생각을 사소하고 일시적인 문제에 매이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노력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부분에 집중하고 우리의 지도자로 세운 사람들을 신뢰하면서 우리가 메우지 못하는 틈은 하나님께서 메우시리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우리의 책임은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묵상 후에는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라. ‘영적 묵상’이라고도 불리는 하나님과의 교제는 오늘날의 바쁜 사회에서는 대부분 잊혀진 기술이나, 우리는 이 묵상을 통해 진리를 발견한다. 진리가 우리 마음에 처음 심어질 때는 아주 미약하여, 잡초가 꽃을 질식시키듯이 분주한 마음은 이러한 영적 진리들을 질식시킨다. 이른 아침의 기도에서 곧바로 시끄러운 현실로 돌아온다면, 이것은 하루를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작은 꽃송이를 밟아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진리를 발견했다면 마음에 깊이 새길 시간을 가져라. 이 때, 텔레비전과 함께 전화의 횡포도 놔둬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마치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큰 죄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얼마간 미룰 수 없을 만큼 긴급한 전화는 거의 없다. 

옛 영성가들은 단순함이 가져다 주는 유익은 단순함이 요구하는 희생보다 훨씬 크다고 가르쳤다. 단순함이 주는 유익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이해를 얻는 것이다. 내적으로 단순할수록 힘들이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또다른 유익은 내적 평안과 힘이다. 현대인들은 외적인 것들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내면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빌라의 테레사는 말했다. “고요한 기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절름발이다. 지식인이 깊은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신불수의 몸을 가진 것과 같다. 이들에게는 손과 발이 있다 하더라도, 그 손과 발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단순함은 기도로 향하는 통로이며, 내적인 힘으로 이어지는 통로다. 단순함은 짐이 아니라 자유다!

7. 하나님의 높으심과 우리의 낮음 / 겸손의 두 기둥
어거스틴은 참회록을 써서 자신의 모든 죄된 과거를 공개하기로 결심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이러한 겸손의 행동이 그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해주었다. 바로 어거스틴의 참회록은 시대를 초월하여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어거스틴은 모든 성자들이 깨달은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겸손과 정직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본질적인 요소라는 것이었다. 어거스틴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보기 원했으며, 그 위대하심이 인간의 약함을 통해 가장 잘 계시될 때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어거스틴이 자신의 가장 추한 부분까지도 이야기한 것은 그의 삶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이루신 하나님께 마땅히 돌려야 하는 영광을 탈취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떠받치는 두 기둥은 우리의 낮음과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깨닫는 것이다. 옛 영성가들은 하나님의 광대하심과 우리의 가난함을 통해 우리 존재의 깊이를 이해하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하나같이 지적했다. 이 두 기둥은 겸손이라는 한 단어로 결합할 수 있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하나님 앞에서 가장 큰 성자들은 스스로 가장 작다고 판단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더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을수록 더 겸손하다.”라고 말했으며, 아빌라의 테레사도 겸손은 모든 영성의 기초이며 겸손하지 않으면 영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보았다. 존 클리마쿠스는 “하늘의 보화와 기적과 예언의 능력을 추구하며 자신의 몸을 목적 없이 소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불쌍한 바보들은 힘든 수고가 아니라 겸손이 이러한 것들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정확한 자기 인식은 항상 겸손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아빌라의 테레사와 십자가의 요한도 겸손은 자기 인식으로 얻어진다고 말했다. 『무지의 구름』의 익명의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촉구한다. “자신에 대한 참된 지식과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참된 인식을 얻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수고하며 땀흘려라. 그러면 지식의 부족함이 교만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이해가 진정 하늘로부터 온 것이라면, 이러한 경험은 페네롱이 지적한 대로 “우리를 낙담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자기 과신을 뿌리뽑고, 교만이라는 건물의 기초를 무너뜨리도록 도와줄 것이다. 근심하거나 낙심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비참함을 보는 이러한 시각만큼 영혼을 발전시키는 것은 없다.”

우리는 겉만 번지르르한 자신의 모습과 거짓된 경건을 보호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가? 파스칼은 이렇게 썼다. “우리는 자신의 삶과 존재 가치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삶을 가장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 같은 것을 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자신의 가상적인 존재를 꾸미고, 그 존재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진짜 자신의 존재는 소홀히 한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영적 화장술의 방법이요, 다른 하나는 하나님과 자신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약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변화되는 방법이다. 갈라디아서 1장 10절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고 그분을 섬기는 일에 헌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건강한 공동체에 있다면 결국은 밝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숨기지만 하나님은 치료하길 원하신다.

겸손의 뿌리에는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자유에 대한 감사가 있다. 겸손은 우리 안에 하나의 소망을 준다. 그 소망은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나 남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또한 겸손은 진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기 전에는 진정한 성장이 시작될 수 없다. 테레사는 겸손의 뿌리는 바로 하나님의 본성이라고 보았다. “하나님은 최고의 진리이며, 겸손은 진리 가운데 행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선한 것이 없으며 빈곤하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누구든지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거짓 가운데 행하는 것이며, 누구든지 이것을 깨달을수록 최고의 진리를 더욱 기뻐할 것이다. 그는 진리 가운데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대한 이해는 계시의 말씀에서 생겨난다. 진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다. 십자가의 요한은 이렇게 썼다. “하나님께서는 영혼에게 그 자신의 비참함과 보잘것없음을 아는 지식뿐 아니라 그분의 광대하심과 위엄을 아는 지식까지 주심으로써 우리를 조명하실 것이다. 하나님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겸손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간이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어렴풋이나마 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거룩함이나 인격에 자부심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볼 때 겸손해지는 것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나님의 빛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러므로 겸손하길 원한다면, 위대한 빛 가운데서 길을 잃은 채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깊음과 넓음과 높음에 놀라야 한다. 참된 자기 인식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공동체는 겸손이 필수적이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아주 냉정하게 말했다. “자신이 모든 사람보다 못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자신이 영적으로 성숙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는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겸손이 매우 실제적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자신을 변명하고 다른 사람을 재빨리 판단하는 경향은 교만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가혹하게 판단할 때, 자신을 하나님의 자리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예수께서는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위선을 보시고 가차없이 이들을 책망하셨다. 그러나 죄의 비극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구원자가 되시면서 부드러운 얼굴을 자주 보이셨다. 로우는 그리스도와 가장 닮은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같은 사역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치유와 은혜를 받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우리의 죄에서 불러내실 때 취하신 것과 똑같은 태도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그들의 죄에서 불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진정 겸손하다면 자신이 가장 큰 죄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도 바울도 자신이 죄인의 괴수라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이제 겸손과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겸손이 우리가 받은 부르심과 소명의 기초라는 사실이다. 교만은 우리 속에 헛된 야망을 채워 우리가 오늘을 위한 자신의 진정한 소명을 소홀히 여기게 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삶의 목적을 외면하게 할 수 있다. 우리의 야심에서 나온 꿈은 빛의 천사로 가장한 사단의 사자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음에서 나온 꿈은 귀중한 동기가 된다. 겸손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상급을 받을 때 우리가 무엇을 시도했느냐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얼마나 충성했느냐가 그 기준이 되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또한 겸손은 우리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게 하는 닻일 뿐 아니라 우리가 항해해야 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바람이기도 하다. 드 살레는 이렇게 썼다. “교만한 사람은 자신만을 믿으므로 다른 어떤 것도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겸손한 사람은 훨씬 용기가 있어,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수록 더 큰 확신을 갖는다. 왜냐하면 그는 온전히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하나님은 연약함 가운데 있는 우리의 비참함에 그분의 자비를 부으시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겸손할 때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며, 우리의 사역은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된다.

8. 죽음이 살아 있게 하라 / 죽음을 준비하는 행복
죽음은 항상 우리를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죽음을 부인하는가? 페네롱은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길 꺼리는 것은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근시안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윌리암 로우는 우리가 세상의 것을 누리며 살기 때문에 영원과 죽음의 실체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우리가 이러한 실수를 피하도록 “오늘 죽을 것처럼 모든 생각과 행동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의 순간에 우리의 모든 삶이 거짓이었다는 게 드러날 수도 있다. 

옛 영성가들은 죽음을 보면서 큰 영적 유익을 발견했으며, 죽음의 실상을 파악하고, 죽음을 자신의 종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죽음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쳤다. 클리마쿠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이라는 현실을 우리의 유익을 위해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당신이 오늘 하루를 마지막 날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날을 경건하게 보낼 수 없다.” 그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야말로 ‘모든 일 가운데 가장 본질적이며’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죽음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본질적인 것을 붙잡고 하찮은 것은 흘러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죽음은 우리 시각의 초점을 맞춰 준다. 영원은 주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심판의 날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영원 속에서 우리가 행한 친절과 사랑의 행위들을 기억하며 이를 위해 시간을 사용한 것을 기뻐할 것이다. 또한 죽음은 우리의 열정을 여과해 준다. 파스칼은, “우리의 열정을 해로운 일에 쓰지 않으려면 우리가 살 날이 한 주밖에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라고 썼다. 영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신의 열정을 따르는 것은 망원경을 거꾸로 들고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사물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시야는 어두워지고 희미해진다. 우리는 큰 그림을 놓친다. 

죽음을 부인할 때, 우리는 계속해서 하나님께 거역하게 된다. 우리가 평소 제멋대로 저질렀던 잘못이 언젠가는 저절로 바로잡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자신의 이러한 생각에 놀라겠지만, 마침내 우리의 영혼은 무디어지고 우리는 결국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잊어버리며,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죽음이 갑자기 우리를 삼킬 것이다. 토마스 아켐피스가 우리에게 촉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죽음의 시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기뻐하면서 살도록 노력하라.”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시간이 오늘밤이라면 당신은 자신의 모습에 기뻐할 수 있겠는가?

나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에너지를 다 쓴 후에 죽음을 맞고 싶다. 가장 나를 만족시켰던 경기는 쉽게 우승한 경기보다 내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야 했던 경기였다. 영원한 안식이 그리스도를 아는 모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현재의 안식에 정신을 팔 수 있겠는가? 우리가 자신의 우선순위를 새로 정하고 죽음을 은혜와 거룩이 성장하는 데 사용할 때, 죽음은 우리의 종이 된다.

또한 죽음은 위로자가 될 수 있다. 견디기 힘든 상실이나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위로를 줄 수 있다. 우리가 떠나보내고 그렇게도 그리워하는 사랑하는 사람이 시간의 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아픔도 없고 고통도 없으며 죄성도 없는 ‘새롭고 개선된’ 우리 자신을 보면서 기뻐할 것이다. 더욱이 죽음은 하나님과 동행하게 한다. 이것이 우리의 가장 큰 위로이다. 우리가 영원의 문지방을 넘을 때, 우리의 꿈 그 이상으로 실현될 하나님과의 보다 친밀한 동행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죽음 때문에, 부활 때문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자비 때문에, 때로는 원수인 죽음도 우리를 위로해 주는 생각일 수 있다. 의를 위한 우리의 싸움은 끝이 있으며 우리의 고통에는 한계선이 그어져 있기에 외로움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살아 있게 하라. 그러기 위해 윌리암 로우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매일 밤 드리는 기도의 중심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성자들과의 교제 가운데 사는 것이다. 그들의 신앙과 삶을 통해 나의 일에도 끝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수 있다. 물론 그리스도인이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항상 잊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우리 주님의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다 이루었다.”고 선포하시면서 죽으셨다. 당신의 ‘그 일’은 무엇인가? 당신이 예수님처럼 죽음을 맞을 때 하늘을 우러르며 “저는 충성을 다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성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성찬식을 행할 때마다 그리스도의 지상 사역이 시작이 있고 끝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분이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도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9. 어려움, 우리의 스승 / 고난의 달콤함
그리스도인들은 영적인 삶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리아에서 아빌라의 테레사에 이르기까지, 순종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분명한 증언을 남겼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하나님을 구하거나 편안함을 구하거나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으며 둘 다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존 클리마쿠스는 그의 책 『천국에 이르는 계단』에서 이렇게 썼다. “폭력과 끝없는 고통은 천국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운명이며, 특히 처음에는 하나님을 사랑하며 거룩으로 나아가기 위해 큰 슬픔을 통과해야 한다. 이것은 힘들고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십자가의 요한은 어려움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혜롭지 못한 조언자에 대해 경고했다. “고난당하는 자들은 언젠가 자신들이 완전한 어둠과 시련과 갈등이나 기질이나 어떤 숨겨진 악 때문이며 하나님께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판단은 이러한 시련이 닥친 걸 보면 이들이 악한 삶을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고 정죄한다.” 그러나 사실 이 때는 하나님께서 이들 가운데서 행하고 계시는 정화 과정 가운데 이들을 가만히 놔둬야 할 때이며, 이 고난이 하나님의 뜻인 한, 이들이 이것을 견디려는 의지를 갖도록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때이다. 이때까지는 어떤 치료약도 적절치 못하다.

자신이 어려움을 거부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 우리는 자신이 사실은 십자가, 즉 그리스도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야 한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그리스도의 온 생애는 십자가와 순교였다. 그런데 당신은 자신을 위한 쉼과 기쁨을 구하고 있지 않는가? 만일 당신이 고난 당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을 구하고 있다면 당신은 정말 속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이 유한한 삶은 비극으로 가득 차 있으며, 모든 곳에 십자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할수록 더 무거운 십자가를 발견할 때가 많다.” 십자가를 지길 거부할 때 우리의 성장이 멈추듯이, 십자가를 기꺼이 지려 할 때 우리의 영적 성장이 이루어진다. 아빌라의 테레사와 십자가의 요한은 십자가에서 등을 돌리고 싶은 유혹을 수도 없이 받았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성경 전체에서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따른 사람들이 가장 심한 고난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위로를 얻었다. 테레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주님과 가장 가까이 동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시련을 당하는 것을 항상 본다.”

믿음은 우리 사회가 본질적으로 모순된 것으로 보는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선(기쁨과 평안)과 악(고통과 고난)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믿음을 보다 맛깔스런 것으로 만들기 위한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성경은 제자들이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는 말로 서로에게 ‘힘을 주거나’ 서로를 ‘격려했다’고 말한다. 십자가는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도구가 아니라 어두운 무덤으로 이어지는 잔인한 처형 도구였다.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우리는 육체적인 고통과 한계라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사회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인내해야 하며, 우리의 죄성과 싸워야 한다. 또한 우리를 유혹하여 죄를 짓게 하려는 흉악한 원수와 맞서야 한다. 그뿐 아니라 이 모든 싸움은 우리가 장님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펼쳐진다. 우리는 자신을 속이며, 때때로 스스로 자신의 원수가 된다. 무엇보다도 악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므로, 잠언에서는 “어떤 길은 사람의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 실존의 실체다. 

삶은 힘들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더더욱 힘들다. 이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창의적인 신학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아켐피스가 말했듯이, 우리는 곧 진실을 대면해야 한다. “당신이 즐겁게 십자가를 진다면, 그 십자가는 당신을 지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것이다. 비록 이 땅에는 없다 하더라도 고통이 끝나는 그 곳으로 말이다. 당신이 마지못해 십자가를 진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짐을 지우는 것이며 그 짐은 점점 무거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그 짐을 지지 않을 수는 없다. 당신이 하나의 십자가를 내팽개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십자가,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도 8년간의 어려움의 기간이 끝났을 때 비로소 새로운 문이 열렸으며 어둠은 걷히고 변화하게 되었다. 그분이 원하시는 사람은 그분의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제자 훈련과 헌신에 대해 많이 알았으나 사랑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어려움은 우리에게 목자가 되라고 가르치며, 이러한 가르침은 자연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자신의 고통을 부인하면,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눈을 감아야 한다. 우리에게 ‘어려움’이 필요한 것은 어려움이 없으면 교만해지고 자기 중심적이 되며 자신으로만 가득 찬 자기밖에 모르는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두려워하거나 부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어려움은 활용해야 할 대상이다. 

아빌라의 테레사도 크고도 오랜 고난 가운데 하나의 비밀을 깨달았다. 고난을 피하기보다는 고난을 받아들일 때 고난의 달콤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그 무엇도 고난 당하는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의 영혼은 이제 창조주만이 자신을 위로하고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려움의 유익이 너무나 분명해서 오히려 고통이 귀중해질 때가 많다는 이 분명한 아이러니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에 널리 퍼져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우리 가운데 어떤 금욕도 없으면 그리스도를 따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어려움 또는 영적 언어로 말하자면 십자가는 항상 그리스도인의 영성의 한 부분이었으며 언제나 그럴 것이다. 교회사에서, 고난에 대한 열망이 너무 지나쳐 때때로 균형을 잃은 시대가 있었으나, 오늘날 우리는 그 반대 방향으로 너무 많이 치우쳐 있다. 페네롱은 우리가 어려움을 구하지도 말고, 또한 어려움이 찾아올 때 ‘아무런 결과 없이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킴으로써 이에 대한 건강한 균형을 제시했다. 우리가 고통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고통에서 배우려고 결심한다면, 고통의 달콤함은 우리를 세상 속에서 불러낼 수 있다.

10. 영적 폭식의 위험 / 영혼의 어두운 밤
영적 여정을 시작할 때, 새신자는 큰 기쁨을 누린다. 이러한 행복의 시기는 영적 성장의 한 부분이며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흥분된 예배와 기도와 전도의 단계를 지나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영적 무기력과 지루함과 좌절과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혜로운 영적 조언자라면, 새신자에게 성숙하기 위해서는 그가 점점 더 의지하고 있는 행복감이 어느 날 반드시 끝나야 한다는 것을 아주 부드럽게 말해 줄 필요가 있다. 영적 느낌이라고 하더라도 그 느낌은 더 큰 영적 성장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조만간 자비로운 하나님께서는 더욱 성숙한 믿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젖 떼는 과정을 시작하실 것이다. 십자가의 요한은 이러한 영적 필요를 그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깨달았으며, 그 유명한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드 살레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의 즐거움’에서 끌어내시고 ‘하나님의 사랑을 좇게’ 하시기 위해 이러한 ‘천국의 기쁨 맛보기’를 사용하신다.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은 감각에 따라 움직이므로 이들을 자신에게로 이끄시기 위해 감각을 사용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께서는 감각의 버팀목을 걷어내시고 젖떼기 과정을 시작하실 것이다. ‘영적 쓰다듬기’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마침내 우리는 초점을 잃고, 우리가 예배하는 하나님보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결과(우리의 느낌)를 더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지속적인 영적 행복의 또다른 위험은 우리가 영적으로 교만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영적 탐식도 예배의 기쁨과 만족이 사라진 후 깊은 분노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는 우리를 ‘떠나신 것’ 같은 하나님에게나 느낌을 잃어버린 자신에게, 또는 우리가 믿기에 감각적인 만족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되는 예배 인도자나 목회자에게 분노를 느낀다. 

지혜롭지 못한 조언자들은 우리가 영적 느낌을 잃어버린 것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영적 느낌에 대한 탐식은 오히려 탐욕과 과식과 성적인 욕망, 권력에 대한 굶주림과 그 외의 죄를 포함하는 다른 욕구들로 이어지는 문을 활짝 열게 만든다. 느낌이 우리 신앙의 초점이 될 때, 종교는 우리의 진정한 마음 상태를 숨겨버리며 우리의 친구가 아니라 원수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영적 탐식이 우리의 마음을 훔쳐 버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이러한 느낌들이 우리 마음의 기질과 우리 의지의 헌신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잘못 믿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들은 그런 표시가 아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한 발 물러서시는 것이다. 

사막의 경험이 찾아오고 사라지는 것은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행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영적 메마름에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포함해서 많은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드 살레는 메마름이 시작되는 여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우리가 위안이 되는 것들로부터 헛된 만족을 취하고 자기 기만이나 교만이라는 영적인 병에 걸려 있을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느낌들을 거두신다. 둘째, 우리가 ‘적절한 때에 하나님의 사랑의 달콤함과 기쁨을 맛보는 일’을 등한시할 때 ‘우리의 게으름을 벌하시면서’ 우리에게서 느낌들을 제거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셋째, 우리가 ‘감각적인 위로의 요람’에 너무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젖을 떼게 하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 우리가 우리의 영적 지도자에게 정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나 속임수로 그를 잘못 이끈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진리로 인도하시기 위해 우리에게 영적 메마름을 허락하신다. 다섯째, 우리 스스로가 세상의 기쁨에 빠져들면, ‘영적 기쁨’이 우리에게 재난이 되므로 그 기쁨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미 받은 위로의 열매들을 조심스럽게 보존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열매를 기대할 수 있으나 부주의해서 이미 받은 것을 잃어버렸다면, 더 이상은 아무것도 받지 못할 것이다.

드 살레는 영적인 메마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여섯 가지 이유 가운데 어떤 것이 자신에게 적용되는지 점검해 보라고 촉구했다. 옛 영성가들은 자신의 영적 느낌을 오늘날의 일기 예보 보듯이 보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점검이 불안한 마음이나 지나친 호기심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영적 느낌이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없더라도 염려하지 말고 ‘아주 단순하게’ (1)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요 비참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낮추라. (2)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분의 위로를 구하라. (3) 영적 인도자를 찾아가 우리 영혼의 주림과 아픔을 그의 조언에 따라 아주 단순하고 겸손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마음을 오로지 여기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영적 메마름 가운데 결코 용기를 잃지 말고 위로가 회복되길 인내하며 기다리자. 

옛 영성가들이 제시하는 다음의 몇 가지 지혜가 어두운 밤을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침묵의 필요성을 인정하라. 둘째,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라. 셋째, 영적 느낌이 약해졌다고 하나님이 당신을 심판하시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넷째, 영적 느낌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갖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다섯째, 자기 십자가를 지라. 여섯째, 새로운 환경에서 영적 느낌을 구하지 말라. 일곱째, 항복하라. 

『무지의 구름』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영혼이 너무나 약하고 부드러워서 유쾌한 느낌을 통해 위로받지 않으면 세상의 삶에서 육체적, 영적 원수들의 손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유혹이나 어려움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그 영혼이 너무나 강해서 하나님께 순종하여 공손하고 온유한 사랑을 바침으로써 자신의 영혼 가운데서 스스로 충분한 즐거움을 끌어낼 수 있다. 이들은 육체적인 느낌이 주는 즐거움에 의해 매여 있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훈련시키거나 지도하고 있다면, 페네롱의 말대로 “지팡이가 필요 없는 건강하고 강한 사람을 보고 당황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사람은 지팡이 없이 걷는 게 더 자유롭다. 마찬가지로 그는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사람을 결코 비웃어서는 안 된다.”

일단 우리가 정화의 과정을 통과하면(이것은 순환적일 때가 많다.) 느낌이 아니라 믿음으로 사는 새로운 깊이를 경험한다. 『무지의 구름』의 저자는 “당신의 영혼에서 영적인 부분이 클수록 육적인 부분은 작아진다.”라고 결론내렸다. 아빌라의 테레사는 아무리 메마르게 느껴지더라도 인내함으로서 하나님께 대한 사랑을 표현하라고 했다. “이러한 영혼들이 가진 바람은 더 이상 위로나 영적 기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주님 바로 그분이 이들 영혼과 함께 계시며, 이제 존귀하신 그분이 이들 가운데 사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막을 통과한 후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강한 느낌들이 더 이상 우리를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도 느낌들을 즐기고 있을 수 있지만, 그것들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으며 또한 인도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를 하나님께 복종시키는 법과 진리와 그분의 성령에 따라 움직이는 법을 터득한다. 영적 느낌은 더 이상 우리의 맹도견이 아니라 우리 앞에서 춤추는 귀여운 애완견이다.

11. 영혼의 계절들 / 영적인 삶의 여정들
존 클리마쿠스는 말했다. “전도서 기자는 해 아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모든 것이라 함은 우리의 영적 삶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문제를 잘 짚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단계와 상태, 도전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리의 영성가들은 영적인 삶은 높음과 낮음, 즉 봉우리와 골짜기가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깨달았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표현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요소를 세 가지로 규정했다. 영적 환경, 영적 지형, 삶의 정거장이 그것이다.

첫째, 영적 환경이란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는 환경을 말한다. 가정, 직장, 사회적 관계, 교회, 개인적 환경 등 우리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의 모든 환경을 선택할 수 없거나 어떤 경우에는 개선할 수도 없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들 대부분은 영적인 삶을 건축할 더 나은 기초를 놓기 위해 자신이 바꿀 수 있는 환경을 적어도 한둘은 가지고 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평가하지 않는 것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우리의 환경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시간을 가지고 우리의 환경을 평가해 보라. 그러나 이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의 계획에는 많은 환경이 있으며 당신은 하나님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혼의 계절에서 두 가지를 기억하라. 환경은 변하며 하나님은 언제나 나의 처지를 알고 계신다. 페네롱은 인내를 촉구했다. “겨울이 끝날 때까지, 하나님께서 죽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죽이실 때까지 기다려라. 그러면 봄이 모든 것을 소생시킬 것이다.”

둘째, 영적 지형이란 우리가 여행하는 ‘길’을 말한다. 오르막길이 있고 내리막길이 있듯이, 영적 지형은 당신의 영적 삶의 내면적인 현실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영적 지형을 고려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걸음이 정말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것은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지형의 어려움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영적 지형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 힘들게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숨겨진 죄가 있거나 우리가 믿음을 잃었거나 신앙이 미지근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은 단지 우리가 언덕을 오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일 수 있다. 그리고 지형이 평탄해질 때까지 우리가 전진하려면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삶의 정거장(또는 신분)은 우리가 남편과 아내로서, 아들과 딸로서,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형제와 자매로서, 고용주와 피고용인으로서, 독신자나 미망인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을 말한다. 정거장에 관해 매력적인 사실은, 정거장은 늘 변한다는 것이다. 역할뿐 아니라 그에 따른 영성 또한 변한다. 영적인 삶의 정거장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적절한 시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정거장을 뛰어넘으려는 것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이 아니다. 단지 자신을 좌절시킬 뿐이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유혹과 도전이 있다. 드 살레에 따르면, 우리의 죄까지도 우리의 정거장에 비추어 평가되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특히 연령층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기대했다. 초대 교회가 ‘장로’와 같은 연령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 자리가 젊은 사람들로 채워져서는 안 되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오래 살았고, 그에 따른 어려움도 잘 알며, 특별한 정거장들에서 기본적인 욕구들도 이겨냈고, 따라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정거장은 개인적이며 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적이며 교회론적인 의미도 가진다.

우리는 바울의 가르침에서, 하나님께서 정거장들을 존중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린도전서 7장 33절에서 장가 간 자는 세상 일을 염려하여 어찌하여야 아내를 기쁘게 할꼬 한다고 쓴 것은 우리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바울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직 주께서 각 사람에게 나눠주신 대로 하나님이 각 사람을 부르신 그대로 행하라”(고전 7:37). 진정한 영성은 실제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도 영적인 일이며 결혼생활에서 육체적인 친밀감을 표현하는 것조차도 영적인 일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삶의 계절과 정거장들을 올바로 보는 정직하고 현실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이러한 정거장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것들은 모두 일시적이나 하나님과의 관계는 남아 각각의 정거장들을 지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성령에 조율이 맞춰진 마음은 언제나 하나님을 찾기 위한 시간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가 영적 환경이나 지형이나 정거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신실한 마음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치유와 상담 사역을 원하는 그리스도인들과 영혼의 수술에 참여하고 싶은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임으로써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크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들이 지니는 영적 다양성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유익보다는 해를 더 많이 끼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영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은 유혹이 매우 큰데, 이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기분이 너무나 좋을 때 이상주의적인 시각을 가질 때가 많다. 마치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말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몽상에 잠기게 할 위험이 있다. 또 이와는 반대로, 우리가 특히 어려운 싸움을 싸우고 있다면, 모든 그리스도인의 싸움이 이와 같다고 잘못 생각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어려움만을 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우리가 믿음을 객관화할 골짜기와 언덕, 여름과 겨울을 인식하지 못하면 모든 사람의 믿음을 우리 자신의 특별한 경험으로 해석하는 큰 위험에 처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가르침과 전파는 언제나 균형을 잃을 것이다.

하나님은 하늘에서 모든 변화의 환경을 초월한 곳에 앉아 계신다. 그분은 이 땅을, 모든 지형을 둘러보신다. 그분은 영원하시며, 삶의 모든 정거장을 초월하신다. 그러므로 우리의 확신의 기초는 그리스도께서 마무리하신 일이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힘의 기초는 성령의 무한하신 능력이며, 사랑의 기초는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이다. 만일 자신을 우리 믿음의 기초로 삼는다면, 겨울에는 환멸을 느끼고 여름에는 괜히 으쓱할 것이다. 비록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일에 협력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하더라도, 우리의 영적 실존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안전한 삶을 누린다. 우리 마음의 외침에 주의깊게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하나님만이 이러한 외침에 응답하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지으신 분이시며, 우리 믿음의 반석이시며, 우리 영혼의 닻이신 하나님과 동행할 것이다.

12. 영혼의 수술 / 영적 인도를 위한 지침
어거스틴이 마침내 기독교 신앙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때,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위대한 그리스도인은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성장에 이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성숙한 그리스도인과 함께 하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이렇게 썼다. “나는 밀란의 교부 암브로스에게 갔습니다. 당신께서 부지중에 나를 그에게로 이끄신 것은 그를 통해 당신에게로 이끌리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인 그는 아버지로서 나를 받아주었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영적 인도를 구하는 어거스틴의 겸손과 지혜는 그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교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어거스틴이 조언자를 구한 것은 영적 여정을 시작할 때만이 아니다. 후에 그는 심플리시아누스(암브로스의 감독직 승계자)를 열심히 따르면서 그의 경험의 창고에서 하나님의 길을 걷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을 터득했다. 어거스틴은 ‘혼자 만들어진’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다. 훌륭한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이런 사람은 매우 흔하다.

우리에게는 영적 지도가 필요하다. 옛 영성가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속에서 도전 받고, 잘못을 교정 받으며, 믿음의 길을 가도록 도전 받는 일대일 관계를 찾으라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영적 인도가 필요한가? 첫째, 우리의 마음이 악하여 사물을 정확하게 보는 객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의 겸손이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에게는 악하고 교활한 영적 원수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넷째, 비밀은 영적인 암과 같아서 비밀로 한 죄악된 행동은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고백은 우리를 새롭고 강하게 하는 하나님의 도구이며, 의무 그 이상의 것이다.

영적 인도자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적 인도자를 선택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지혜롭고 양심적이며’ 자신보다 ‘나은’(보다 성숙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아빌라의 테레사는 우리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이 사람이 불가능한 일을 쉽게 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용기를 얻고 담대하게 날갯짓을 할 것이다. 또한 테레사는 우리가 지혜와 영적 지각, 둘 모두를 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 둘을 반드시 같은 사람에게서 찾기가 어렵기에 우리가 지혜로운 동시에 영적 시각이 예리한 사람을 찾는다면 특별히 감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선택하는 인도자는 우리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거나 우리를 자신의 한계 속에 가두어버릴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인도자는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금식과 같은 영적 훈련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유익할 수 있지만, 교만을 조장하거나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려는 데 이용될 경우에는 위험이 따른다. 한 사람의 약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으며, 같은 사람에게도 한때 약이 되었던 것이 다른 때는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으로 가득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인도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 들어가기 위해 가능한 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연약함을 도울 수 있을 만큼 강한 인도자를 찾을 필요가 있다. 

영적 인도자에게서 찾아야 할 또 한 가지는, 기독교 고전에 대한 이해이다. 이러한 이해는 인도자가 한 가지 해답밖에 모르는 일차원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게 해준다. 예를 들면 드 살레와 페네롱은 죄와 유혹에 대해 각각 경건주의와 신비주의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나는 두 사람의 고전을 읽는 사람에게 중간에 오웬의 『죄와 유혹』을 읽도록 권함으로써 죄와의 싸움에 대한 보다 조직적인 이해와 보다 다양한 시각을 심어 주고 싶다. 특히 자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인도자를 선택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끼며, 강력한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는 사람들은 책임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분고분한 ‘예스 맨’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는데, 훌륭한 인도자는 우리에게 쉽게 조종되거나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클리마쿠스는 우리의 영적 인도자를 철저히 점검하되 일단 선택했으면 그의 역할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사단이 우리를 진리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가장 즐겨 사용하는 계략 가운데 하나는 우리로 하여금 진리의 사자들을 멸시하게 하는 것이다. 드 살레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를 당신에게 보내 달라고 끈질기게 기도하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당신의 간구를 거절하시지 않고 어린 토비아스에게처럼 당신에게도 하늘에서 천사를 보내 주시리라는 확신을 가져라”고 말했다. 

일단 능력 있는 인도자를 찾았다면, 우리의 죄와 유혹의 문제를 그와 나누는 적절한 과정이 있다. 첫째, 우리는 절대적으로 정직하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죄에게 숨을 곳을 주지 말라. 다른 무엇보다도 이것이 탁월한 경건의 훈련이다. 둘째, 고백할 때 얼굴을 맞대고 하라. 다른 그리스도인과 얼굴을 마주하고 고백할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그리스도의 임재를 느끼며 우리 죄의 참된 본성을 본다. 이것은 반복되는 죄를 끊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우리는 죄뿐만 아니라 유혹에 대해서도 정직해야 한다. 드 살레는 이렇게 권고했다. “크든 작든 간에 모든 유혹을 물리치는 최고의 방법은 당신의 마음을 열고 그 속에 있는 생각과 느낌과 감정을 당신의 인도자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영감을 통해 이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신다.”

영적 인도자로서 혼란 가운데 허덕이는 그리스도인들을 일대일로 다루면서 ‘영혼의 수술’을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너무나 드물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의 실패에 대해 엄격해야 하며, 우리 자신의 잘못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그리스도께 날마다 더 가까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개인을 섬기는 데 시간을 바쳤던 드 살레는 이렇게 썼다. “고백하건대, 영혼들을 인도하는 일이 특히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것은 수확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을 때, 져야 할 짐이 가장 무거울 때 느끼는 것처럼 위로를 주는 고통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달콤한 기쁨을 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새롭고 신선하게 하는 노동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영적 위치에 있는가? 당신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은혜와 성품에서 자라가고 있는가? 훌륭한 영적 인도자의 자질에 관한 글들을 읽어 보라. 당신은 영적 인도자가 되려는 부르심을 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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