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수목사,히2장 01절 ~ 4절

대학 입학 직후의 일입니다.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있는데 어떤 분 다가와서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습니다. “구원 받으셨습니까?” 당시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는 있었지만 철저하고도 체계적인 교리 훈련을 받지 않았던 터라 대답하기가 궁했습니다.

예수 믿고 나름대로 교회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면 구원 받았을 텐데 구체적으로 언제 구원 받았느냐고 다그치듯 묻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무척이나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교회 다니면서 구원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 받는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신 구원 받으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 쉽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언제 구원 받으셨습니까?”라고 따지듯이 물으면 당황해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그렇게 묻는 의도를 잘 몰라서 입니다. 그리고 구원이라는 말, 구원 받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구원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내가 구원 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이라는 말의 뜻,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예수 구원”이라는 말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구원”이라는 말은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건져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져 익사할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헤엄쳐 나오려고 최선을 다해서 몸부림칩니다. 그러나 몸부림칠수록 몸은 더 깊은 물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이 때 구조대원이 다가가서 그를 건져내서 그 위험으로부터 구조합니다. 이럴 때 구원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구원이라는 말은 상황적인 위기에서 건져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구원이라는 말이 종교적으로 특별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전에서는 이 종교적 구원의 뜻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고통, 악, 유한성, 죽음과 같이 근본적으로 부정적이거나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류를 구출하는 것” 그러니까 종교적인 구원이라는 말의 뜻은 인간이 숙명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위기에서 건져내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종교마다 각각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위기를 다르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교는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위기를 고제와 집제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제란 고통을 말하고, 집제란 집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불교가 말하는 구원 또는 구제는 이 고제와 집제에서 벗어나 해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예로 힌두교는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위기를 윤회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윤회는 탄생, 죽음, 재생이라는 영원한 굴레를 말합니다. 그래서 구원이란 이 윤회에서 벗어나 참된 평안과 안식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 우리 기독교는 인간의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위기를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요? 우리 기독교는 철저하게 하나님께서 인간의 근원적이고 존재론적 위기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따르고 있습니다.

사람들 눈에 나무는 그 잎사귀나 가지나 거기 달려있는 열매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뿌리가 있지만 뿌리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 눈에는 인간의 위기는 육체적인 고통, 물질적인 가난, 인간관계의 불화와 같은 것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위기의 뿌리를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따릅니다.

성경이 말씀하는 인간의 위기의 뿌리는 한 마디로 죄입니다. 마 1:21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우리 인간의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위기요 곤경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의 죄라는 것입니다.

성경이 말씀하는 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원죄이고, 다른 하나는 자범죄입니다.

우선 원죄라는 것은 우리가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죄의 본성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내면 깊은 곳에는 우리의 마음, 우리의 생각,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본성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것이 죄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TV 동물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습니다. 동물원에서 백 사자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태어날 때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더더욱 털이 희니까 정말 인형 같았습니다. 새끼 때 우유를 잘 먹지 않아서 갓 강아지를 낳은 어미 개의 품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아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불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서 달라집니다. 1년이 지나니까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강아지들은 근처에도 오지 못합니다. 사자의 야성이 나타납니다. 한 번 으르렁대니까 꼼짝 못합니다.




사자 안에 사자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안에 죄의 본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변해서 죄를 저지를지 모릅니다. 이 죄의 본성 이 원죄가 우리 인생 문제의 뿌리입니다.

다음으로 자범죄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우리가 저지르는 죄를 말합니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죄의 본성이 우리가 삶 속에 나타나 구체적으로 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자가 평소에 발톱을 감추고 온순하게 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자기 영토를 넘어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먹이감이 나타나면 달라집니다. 발톱을 꺼내고 이빨을 드러내고 숨겨진 야성을 발휘해서 공격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천사 같던 사람입니다. 탐나는 물건을 보면 숨겨졌던 욕망이 꿈틀거립니다. 음란한 분위기가 연출되면 애써 감추었던 성적 욕망이 꿈틀거립니다. 누군가가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저 깊은 곳에서 시기심이 작동합니다. 자제 못하면 끝내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이것이 자범죄입니다.

롬 3:10 이하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한 가지로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또한 롬 3:23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 자범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이 자범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우리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렘 44:4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나의 미워하는 이 가증한 일을 행지 말라" 그리고 합 1:13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께서는 눈이 정결하시므로 악을 참아 보지 못하시며 패역을 참아 보지 못하시거늘"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는 죄를 범한 자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전 12:14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간에 심판하시리라” 그리고 히 9:27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문제는 바로 죄입니다. 죄의 본성이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늘 크고 작은 죄를 저지릅니다. 그래서 우리 양심이 괴롭고, 심판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구원이란 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기독교는 죄로부터의 구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같이 큰 구원”이란 무엇인가?

오늘 본문을 보면 “이 같이 큰 구원”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큰 구원이라면 작은 구원이 또 있는 것인가?”, “크다면 도대체 얼마나 큰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히브리서 저자의 독특한 표현입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구원이요, 확실하고도 완벽한 구원이라는 뜻의 감탄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렇게 큰 구원”이란 무엇일까요?




1. 하나님의 구원

이렇게 큰 구원이란 하나님께서 친히 인간을 구원하신 것을 말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모든 종교가 저마다의 구원을 말합니다.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력 구원이고, 다른 하나는 타력 구원입니다.

자력 구원이란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그 믿음대로 실천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도를 닦습니다. 금욕을 하며 고행을 합니다. 과연 인간 안에 스스로를 구원할 힘이 있을까요?

타력 구원이란 신의 힘을 빌어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신 앞에 나아가고 그 신의 인도를 따르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과연 인간을 구원해 줄만한 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히 1:5을 보면 “하나님께서”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 만유 위에 뛰어나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무한한 능력으로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430년 동안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했습니다. 바로의 압제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들을 구원해 내셨습니다. 바로를 꺾으셨습니다. 홍해도 가르셨습니다. 광야 40년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인도하셨습니다. 만나를 내리셨습니다. 반석에서 물을 내셨습니다. 오직 하나님이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인간은 죄의 노예가 되어 신음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예 죄로부터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내십니다. 죄의 힘을 꺾으십니다. 사탄의 방해를 뿌리치십니다. 그 무한한 능력으로 우리를 구원해 내십니다.




2. 죄를 사해주시는 구원

이렇게 큰 구원이란 우리 인간의 죄를 사해주신 구원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죄를 사하시기 위해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리게 하셨습니다. 피 흘리게 하셨고, 죽게 하셨습니다.




어떤 주일학교 아이가 십자가 처형 장면을 공부하다가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선생님, 하나님께서 전능하신 분이시라면서 왜 아들이 십자가에 달려 그렇게 고통당하고 있는데 모른 척하셨어요? 왜 아들이 죽는 것을 보고만 계셨어요?” 선생님이 답했습니다. “너와 나를 위해서란다” “예수님께서 너와 나의 죄의 형벌을 대신해서 저 십자가에서 받으신 것이란다” “너와 내가 죽어야 할 그 죽음을 대신 죽으신 것이란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십자가를 바라볼 때 실제로 우리의 죄가 사해집니다. 믿음으로 그 십자가 위에 우리 죄를 얹으면 실제로 우리의 죄가 소멸됩니다. 이것은 약속이기 때문에 믿고 순종하면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온전히 죄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한 구원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3.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구원

이렇게 큰 구원이란 죄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자리까지 나아가게 해 주는 구원이라는 뜻입니다.

본문 4절을 보면 “성령으로 나눠주신 것으로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구원에 개입하셨다는 것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믿음을 주셔서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해 주시고, 믿음으로 십자가를 바라보게 해 주십니다. 그래서 구원이 실제로 우리 존재 안에 이루어지게 해 주십니다. 죄사함을 경험케 해 주십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은 또 다시 죄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한번은 크리소스톰이라는 분이 주교시절 자기 교구를 돌보다가 외진 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그 지역을 돌볼 사제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던 곳입니다. 그래서 그 지역의 한 농부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교육시킨 뒤에 사제로 세우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콘스탄티노플에 돌아온 뒤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자격도 없는 사람을 사제로 세웠는데 제대로 할까? 내가 사람을 잘못 세운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느 날 몰래 그 교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기둥 뒤에 숨어서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보았습니다.

지켜보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사제는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교 시간에 그렇게 뜨겁게 교인들을 사로잡는 사제를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성령께 사로잡혀 목회하는 사제를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배 후에 크리소스톰은 그 사제 앞에 무릎을 꿇고 “나를 축복해 주시오”라고 기도를 청했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우리 실력으로 우리의 구원을 온전히 이루어갈 수 없습니다. 성령께서 도우실 때 능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 3절을 보면 “우리가 이같이 큰 구원을 등한히 여기면 어찌 피하리요”라고 질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등한히 여기다는 말은 무관심하다 라는 말입니다. 나와 직접 관계가 없는 것처럼 내버려 둔다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셨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로 우리의 죄가 사함 받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오늘도 죄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 뿐 아니라 “이렇게 큰 구원”을 감사하며 감격하며 찬양하며 살아야 합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큰 죄악에서 건지신 주 은혜 고마워

나 처음 믿은 그 시간 귀하고 귀하다.




늘 이 큰 구원을 감사하며 누리며 전하며 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