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한 한국교회가 이제는 오히려 감소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관찰이 공감을 얻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가 사회의 눈에 교회가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교회가 이타적이고 섬기는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교세의 감소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9월 우리 교단 총회가 내건 표어가 <섬겨야 합니다.>이고 이에 발맞추어 우리 교회도 2009년의 교회표어를 <세상을 품고 섬기는 교회>로 정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 13절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자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자유가 육체의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여러 가지를 뜻하는 말이지만 그 본질적인 뜻은 자유를 사랑이 결여된 이기적인 탐욕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곧 이어서 권면하기를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 한 것입니다. 여기서 종노릇하라는 말은 곧 섬기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섬김이 진정 아름답게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섬김이어야 하며 그것도 사랑으로 인한 자발적 섬김이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를 얻은 이들을 그리스도인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더 이상 종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다시 이기적 탐심의 노예가 되고 죄의 노예가 되라고 주어진 자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로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입니다. 종이 아닌 사람이 종처럼 주인 아닌 사람을 주인 같이 섬기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듯이 우리도 그렇게 하기를 주님께서는 기뻐하신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본문 14절에서 더 나아가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사도 바울은 이와 같은 뜻의 말을 롬13:8-10에서 연달아 세 번씩이나 반복한 바 있습니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이웃 사랑이,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는 것이 온 율법의 완성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이웃 사랑이 하나님을 예배하며 찬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참되게 하나님을 예배하며 찬미하는 사람들의 믿음은 반드시 <이웃 사랑>과 <섬김>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출20:13-17)는 것은 십계명 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적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계명들로서 하나님께서 명하신 것입니다. 즉 사회정의를 확립하기 위한 계명들입니다. 그러나 사회정의를 위한 그 계명들도 <사랑>과 <섬김>이라는 본질적 정신과 근본동기에서 출발할 때 진정한 정의를 이루는 원리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과 <섬김>이 없이 계명을 따르는 것은 바리새적인 신앙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향하여 가하신 비판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눅11:42에서 봅니다: “화 있을진저 너희 바리새인이여,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의 십일조는 드리되 공의와 하나님께 대한 사랑은 버리는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

<하나님 사랑>은 우리의 <이웃 사랑>에 앞서야 하는 것이고 그 토대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우리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손님이나 나그네나 작은 자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섬기다가 부지중에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님 자신이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시68:5에서는 “그의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라.” 합니다. 또 신10:17-19에서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신 가운데 신이시며 주 가운데 주시요 크고 능하시며 두려우신 하나님이시라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시며 뇌물을 받지 아니하시고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긴다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이들 또한 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삶은 예수님 자신이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20:28) 말씀하셨듯이 그 전체가 섬김의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섬김의 삶은 특정한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한 섬김의 삶을 사셨습니다. 따라서 그의 몸으로서의 교회에는 세상을 섬기는 사명이 주어져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이 교회에 대해 적대적이라 할지라도 인내하며 품고 사랑으로 섬겨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영광 가운데 모든 천사와 함께 다시 오실 때 모든 민족을 당신 앞에 모으고 각각 구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여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는 것 같이 하시리라 하시며 유명한 비유말씀을 하셨습니다(마25:31-46). 그 중 한 부분을 읽어봅니다: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어느 때에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하나님 섬김은 이렇게 지극히 작은 이웃사람 하나를 섬기는 일을 통해 그 참됨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에게 있어서의 <세상 섬김>의 당위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계명 중에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인지를 묻는 율법사에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요약하여 대답해주셨습니다. <하나님 사랑>은 일차적으로 예배로 표현되며 <이웃 사랑>은 섬김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입니다. 예배와 섬김, 이 두 가지가 늘 짝을 이루어 가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입니다. 모름지기 하나님의 백성은 예배와 섬김이 균형 잡힌 믿음의 소유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섬김의 훈련과 실천은 교회 밖으로까지 퍼져나가야 합니다. 교회 밖에서도 우리의 삶이 늘 예배적 삶이 되어야 하듯이 또한 섬김의 삶이 되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본문 15절에서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 했습니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다함께 번영하는 길은 교회가 이 사회를 품고 섬기는 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섬김의 일차적 대상은 물론 하나님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섬김”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교회 섬김”이고 “이웃 섬김”입니다. “교회 섬김”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교회 안에서 맡겨지는 제직으로서의 각종 책무를 수행하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난하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지체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또한 교회 밖 세상을 대상으로 하는 섬김을 힘써야 합니다. 금년 우리 교회가 정한 표어대로 세상을 품고 섬기는 일에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