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은혜
출13:17-22
김철현 목사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고 있는 <이규태>씨는[한국인의 의식구조]라는 책에서 한국 사람의 성품과 의식구조와 그 체질 중에 고쳐야 할 것이 하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것을 <쿼터리즘>이라는 학술적인 용어로 표현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이 말은 말 그대로<15분 주의> 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과정에 성숙하지 못하고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너무 초조해서 꼭 뭐든지 15분밖에 못합니다. 아침 신문 보는 것도 자세하게 논설도 읽고 해야 하는데 큰 글자만 요렇게 조렇게 15분. 뭐든지 15분을 넘겨 침착하게 오래오래 생각을 하고 그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에게 이 15분이라고 하는 시간이 한계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지적한 대로 유원지에서 노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아도 놀이터에 어떤 놀이기구에 앉아서 가만히 보면 5분밖에 안 놀아요. 5분 놀고 짜증을 냅니다. 어른들은 15분, 얘들은 5분. 이게 한국사람들의 성품의 바로미터라고 합니다. 5분, 15분만 지나면 늘 초조합니다. 그래서 요즘 서점에 가보면 [느리게 사는 비결]이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좀 느리게, 느긋하게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너무 속전속결(速戰速決)하자는 바로 거기에 우리의 인간성이 파괴되어가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문제란 말입니다.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제 마음은 얼마나 급한지 모릅니다. 병이 날것 같이 조급합니다. 성전을 건축하고 모든 것을 완비하고 예배를 드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마는 실내공사도 마치지 못하고 주중에 이전을 하면서 어찌나 마음이 조급해 지는지 이제야 고백합니다만 여러 집사님들이 걱정 할 때마다 "집사님 어떻게 되겠죠, 설마 예배드릴 장소가 없겠어요"하면서도 제 마음 속은 언제나 조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전적인 인도와 도우심을 얻었던 광야를 생각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지만 곧 아름다운 성전에서 예배드릴 날을 생각하면서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이 곳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이스라엘이 오늘 본문에서 체험했던 광야의 은혜를 맛보는 기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광야>라고 하면 일반적인 의미로는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막막하고, 가능성이 없고, 소망이 없는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성경에 나타나는 광야의 의미는 두 가지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먼저는 인간 쪽에서 생각하는 광야입니다. 그것은 고난과 고통의 시간입니다. 일반적인 의미 그대로입니다. 황량하여 먹을 것이 없고, 마실 물이 없고, 마땅히 잠잘 곳도 없는 곳이 광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광야에 대한 이런 차원과는 달리 하나님 편에서의 광야의 의미는 다릅니다. 소비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광야가 아니라 언제나 연약한 인간을 돌보시는 시간이요, 은혜를 베푸는 곳이요, 무엇보다도 진정한 당신의 자녀를 만들어 가는 훈련기간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과 인생을 가리켜 광야라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만. 하나님 편에서 베푸시는 이 은혜를 안다면 결코 광야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성경의 많은 위대한 인물들은 그들이 훈련을 받을 때 광야로 내몰리는 경험을 당했었습니다. [모세]는 왕궁에서의 화려한 생활을 뒤로하고 광야에서 양치기로 40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윗]도 왕이 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사울의 손을 피해 바위와 광야에서 지내야 했으며, [엘리야]도 갈멜산에서 하늘의 불을 끌어내리는 기적을 일으켰지만 곧 바로 광야로 도망해야 했습니다. 또한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지냈고, [사도 바울]도 은혜 체험 후 바로 예루살렘으로 가지 않고 3년 동안 아라비아 광야에서 지냈었습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은 위대한 지도자를 훈련시킬 때 광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예수 그리스도조차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에 성령에 의해 광야로 내몰리는 경험을 당하셨습니다.
왜 위대한 역사가 일어나는 이면과 위대한 인물이 등장하는 이면에는 이처럼 <광야의 순간>이 있는 것입니까? 그 이유는 누구도 명확히 대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광야의 순간>을 통과한 역사는 위대한 역사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고 <광야의 순간>을 이겨낸 인물은 위대한 인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교회가 잠시잠깐 광야교회와 같은 시간을 지냅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더 큰 일을 감당 할 교회로 만들기 위한 기회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필요하셔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광야라고 믿고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광야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모세에게 있어서의 <광야>는 자아가 깨어지는 계기였습니다. 다윗에게 있어서의 <광야>는 지도자로 성숙되어지는 계기였고, 엘리야에게 있어서의 <광야>는 하나님의 미세한 음성을 듣는 계기였습니다. 또한 세례 요한에게 있어서의 <광야>는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의 <광야>는 기독교 역사상 최대의 사역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어서의 <광야>는 사탄의 정수리를 깨고 전 우주적인 구원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성경은 광야의 사람들을 많이 소개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광야를 바라보는 눈이 좀 더 신앙적이어야 합니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훈련기간이 광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 이 광야는 필수코스입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40년 동안이나 광야의 길을 허락하신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함으로 우리에게도 허락하신 광야를 통해 주시고자하는 은혜를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야의 은혜 그 첫 번째는 훈련하시는 은혜입니다.

여러분, 과연 훈련이 은혜일까요? 네, 은혜입니다. 왜입니까? 훈련을 통하여 알게 하시기 때문에 은혜입니다. 훈련을 통하여 이기게 하시기 때문이 은혜입니다. 훈련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깨닫게 하여 이기게 하는 것입니다. 고로 훈련은 은혜입니다. 애굽에서 430년 동안 노예생활로 찌들은 이스라엘은 노예인 아버지 어머니 가운데서 노예의 씨로 잉태되고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나 노예로 성장해서 지금까지 노예생활을 해 온 사람들입니다. 이는 곧 철저하게 노예근성에 익숙해 진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훈련과 연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쉬운 길, 지름길인 블레셋을 통과시키지 않고 무려 여섯 배나 더 멀고 거칠고 험한 길, 홍해를 건너야만 갈 수 있는 길로 인도 하셨던 것입니다. 어쩌면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 동안 우리 역시 너무나 편하고 안일하게 신앙생활 했는지도 모릅니다. 봉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헌신도 메말랐습니다. 땀흘림이 없었습니다. 시간만 맞추어 예배드리는 것으로 만족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내가 땀흘려야 합니다.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요, 손님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그것입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광야를 통해서 잠시나마 땀흘리는 수고를 배우라는 것입니다. 수고로운 헌신을 기대하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만 굳이 수적분량(數的分量)으로 표현해 본다면 천문학적인 숫자에 해당하는 일들을 겪습니다. 그러나 크게 사람의 마음속에는 늘 두 가지의 마음이 있어서 작은 일에도 서로 다투는 자기의지의 대립이 끊이질 않습니다.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부지런한 마음과 게으른 마음>,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 <소극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마음>등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런 마음을 다스리지 않고 그냥 두면 대체로 이기는 쪽은 항상 <게으른 마음>과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마음> 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빗나가는 마음을 통제하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은 어느 한 순간의 각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훈련을 거듭함으로 해서 단련되고 강해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오늘 광야가 주어진 의미를 잘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 광야의 은혜는 하나됨의 의미를 체험케 하는 은혜입니다.

많은 백성만으로 나라를 세울 수 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래와 같다면 부질없는 집단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된 의식]을 가지는 것입니다. <동족의식>, <동질의식>, <동료의식>이라는 말은 어디서든지 환영받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질서(心性秩序)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힘을 모으는 원동력이기도하지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로 고난과 설움의 역사를 거치게 하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히브리인다움>을 키우게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사람이란 전혀 낯 설은 곳이나 두려운 곳, 혹은 위험에 처했을 때에 서로 동료의식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되어있습니다. <가나안>이라는 선한 목적을 향하여 나가게 하시는 동안 긴 고난을 통하여 이스라엘은 서로를 믿어주고 의지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길을 걸을 때마다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고, 병이 나는 사람은 서로 돌아보며, 광야의 기간 동안 일어 날 수 있는 모든 대소사를 내일처럼 생각하는 마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서로 미워하는 감정을 없앴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솔선수범하며, 허물을 들추지 않고 감싸주면서 한 걸음씩 한 마음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들에게도 이 [하나 되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광야교회>와 같은 곳에 우리가 섰습니다. 새 성전이 만들어지는 동안 이 기회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귀한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로를 깊이 알고, 사랑 할 줄 알며, 도우며, 이해하며, 감싸주며, 서로 바라며 믿고 참아주는 [하나 되는 은혜]가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광야의 은혜 그 마지막은 밤낮으로 인도하시는 은혜입니다.

처음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왔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몰랐습니다. 어떤 위험이 자기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지, 또 어떤 길을 따라서 나가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장 가기 쉬웠던 길은 흔히 [카라반(caravane)]이라 불리는 [대상(隊商)隊商 : 사막이나 초원과 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에서,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의 집단)]들의 지름길로 알려진 해변 가의 길이었습니다. 일주일이면 가나안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이 길은 더군다나 다른 길이 없는 오직 하나의 길이었습니다.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이 그냥 넓은 길을 따라 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 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길로 인도하지 않았습니다. 전혀 알지도 못하고 짐작도 할 수 없는 길로 그들을 내몰았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여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그 길에 선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헤쳐 나갈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철저히 나약하고, 철저히 무능해 졌을 때 하나님께서는 [낮에는 구름기둥]과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 앞에서 행하심으로 인도하심의 은혜를 깨닫게 하십니다. 오직 그 구름기둥과 불기둥만이 자신들의 나아갈 길임을 알게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예배처소를 이 곳으로 옮겨와서 예배를 드립니다 마는 사실은 앞으로의 우리의 일을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 된 것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이며,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또 어떤 어려움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그 누구도 예측 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인도하시지 않으면 우리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러므로 밤에는 기도 할 것이요, 낮에는 헌신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구름 기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불기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볼 줄 알고 느낄 줄 아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광야는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길이 없기에 길이 있는 곳이 광야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보이는 길이 있으면 그 길을 따라가겠지만 보이는 길이 없으면 하나님만 따라갑니다. 하나님은 광야에서 헤매고 방황하는 이스라엘을 안아 옮겨 놓아주셨고, 장막 칠 곳을 찾으시고 불과 구름으로 지시하셨습니다. 광야는 은혜의 자리이며 누구나 졸업해야 할 고난의 학교이며 믿음의 출처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광야를 두려워하지 말고 광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왜 입니까? 그 은혜가 우리의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