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의 적신호

(창세기 11:1-9) 조봉희목사  

어떤 여성이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이 예쁘고 잘생겼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겸손에 관한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았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목사님께 여쭈었습니다. ‘목사님, 본인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것도 교만에 해당됩니까?’ 목사의 대답이 멋집니다. ‘그것은 교만의 문제가 아닌, 착각의 문제입니다.’ 금세기 미국 최고의 대중설교자, 저술가, 목회자인 J. Piper 목사님은 갑작스럽게 안식년을 요청했습니다. 그 이유는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나는 내 영혼 안에 여러 속성의 교만이 활동할 수 있는 위험성을 느끼고 있기에 사역을 접고 자기성찰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인격과 영혼, 성품과 영성이 훌륭한 분다운 자기성찰과 결정입니다.

기독교 중세시대에 경건을 추구하던 사람들은 일주일 단위로 매일 한 가지 죄악과 더불어 씨름하면서 그 죄악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곧 7일 동안의 7가지 죄악을 정해 놓고 영적 씨름을 했습니다. 그 7가지 죄악 중에 가장 치명적인 첫 번째 죄가 교만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교만은 모든 죄악의 어머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다른 죄악들이 모두 교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질투, 분노, 탐심, 탐식, 나태, 정욕) 옥스퍼드의 사상가 C. S. 루이스도 이렇게 말합니다.“본질적인 악, 최고의 악은 교만이다. 이에 비하면 부정, 탐욕, 술 취함, 그리고 그 외 모든 악은 벼룩에 지나지 않는다. 천사가 사탄이 된 것은 바로 교만을 통해서였다. 교만은 다른 모든 악으로 이끌기 때문이다.”현대는 마천루의 시대입니다. 건물의 높이가 아닌, 인간 교만의 극치가 문제입니다. 사회학자 라인 홀드 니버는 인간의 교만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줍니다. 첫째, 지적 교만입니다. 배운 사람일수록 교만해질 수 있습니다. 모르면 모르기 때문에 겸손 하지만, 아는 것이 많을수록 가만히 있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특히 학력과 학벌이 교만하게 합니다. 둘째, 신분적 교만입니다. 지위나 신분이 높은 권력층일수록 교만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부유할수록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즉 직급과 소유가 교만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도덕적 교만입니다. 윤리적으로 바르게 살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교만할 수 있습니다. 넷째, 신앙적 교만입니다. 먼저 신앙생활을 했거나, 무언가 영적 체험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교만해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집단적 교만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어떤 그룹에 속했는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신분상승이 이루어진다는 교만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집단의 교만, 담합의 교만을 조심해야합니다. 즉 불의한 공동체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교만입니다. 성경은 교만의 위험성을 진중하게 경고합니다. (잠언 6:16)『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 곧 그 마음에 싫어하시는 것이 육칠 가지니, 그 첫째가 곧 교만한 눈이다.』 (잠언 8:13)『나는 교만과 거만을 미워한다.』(잠언 16:5)『무릇 마음이 교만한 자를 여호와께서 미워하신다.』(잠언 21:4) 『눈이 높은 것과 마음이 교만한 것은 다 죄니라.』(시편 101:5)『눈이 높고 마음이 교만한 자를 내가 용납지 아니하리로다.』 오늘 창세기 11장은 인류역사의 새로운 변수를 가져온 바벨탑 사건입니다. 교만의 적신호 사건입니다. 노아 홍수사건 이후에 다시 먹고살만하니까 사람들은 교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높은 성을 쌓아 그 성의 높이가 하늘 꼭대기까지 닿으려했습니다. 마천루의 교만이었습니다. 이런 교만한 소행만 없었더라도 우리 한국 사람은 영어공부를 안 해도 될 뻔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언어와 말이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교만이 혼란한 세상을 초래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벨, 곧 혼란이라는 뜻으로 불린 것입니다. 바벨탑의 교만 때문에 공식적인 언어만 7천 가지가 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오늘 성경에서 가르쳐주는 교만의 적신호는 무엇일까요?

1. 교만할수록 자기를 중시합니다.
사람들이 바벨탑을 쌓은 목적을 본문 3절과 4절은 상세하게 설명합니다.「자, 우리가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성을 쌓는 동기가 불순합니다. 주체가 인간본위입니다.「자, 우리가 도시를 건설하여, 우리 이름을 날리고, 온 땅으로 흩어져 살지 말자.」 이것은 창세기 1장 28절의 말씀을 의도적으로 저항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도록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 이상 일하기가 싫어 한 곳에 머물러 살자고 한 것입니다. 자기중심의 이기적 결정입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업적과 이름을 내자고 담합합니다.(4절) 명성을 내자는 것입니다. 소위 공명주의를 지향한 것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교만 중 숨은 동기는 자기이름 과시에 있습니다. 업적위주와 자신의 명성에 야심을 둡니다. 교만할수록 자기를 중시합니다. 이기적입니다. 야심찹니다. 이처럼 교만은 일종의 자기숭배입니다. 어떤 사상가의 말대로 ‘자신만을 즐기는 병’입니다. 그래서 교만한 사람일수록‘내가’라는 말을 즐깁니다. 「내가 했다. 내 아이디어다. 내 작품이다. 내 덕이다. 내가 없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내가 빠지면 어림도 없다. 시종 ‘내가’입니다.」 이솝의 우화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논바닥에 사는 개구리 한 마리가 평생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 하늘 높이 올라가서 넓고 넓은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어느 날 두루미한테 자기 소원을 말했더니 한 가지 규칙만 잘 지키면 세상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씨 좋은 두루미 아저씨는 그 개구리를 하늘높이 데리고 올라가면서 자기 다리를 꽉 물고는 절대 입을 벌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입을 벌리면 떨어져 죽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개구리는 두루미 다리를 물고 하늘높이 올라가 아름다운 세상을 내려다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멋진 풍경들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저 밑에서 부러운 눈초리로 구경하던 친구들이 이 개구리의 멋진 아이디어에 감탄하여 하늘을 날고 있는 개구리한테 물어보았습니다. 누가 그런 기발한 착상을 떠오르게 해주었니?
이때 개구리는 두루미 아저씨의 고마움보다는 자기 자신의 똑똑함을 우쭐대고 싶은 마음으로 입을 쫙 벌리며 말했습니다. ‘내가’ 그 순간 개구리는 천길만길 땅바닥으로 떨어져 쫙 뻗고 말았습니다. 교만하면 추락하고 맙니다. 우리는 내 이름, 내 명성, 내 업적을 남기는 대신 하나님의 이름만을 높여야합니다. 주님의 역사하심만을 부각시켜야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의 첫 번째 원리입니다.「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옵소서.」“내가 대신 우리가, 우리가 대신 주님이” 강조되어야합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교회이름 보다 예수님의 이름이 더 높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가 대학생 시절에 미8군 교회 주보를 통해 지침으로 삼은 좋은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Not I, but Christ』 내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입니다.

2. 교만할수록 하나님을 중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바벨탑을 쌓는 근본 동기가 하나님께 반항적입니다. 본문 3절과 4절을 다시 봅시다.「서로 말하되 자, 우리가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이에 석회석 돌 대신에 구운 벽돌을 쓰고, 진흙 대신에 역청을 발랐습니다. 그리고는 또 말하되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 그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자.」 의도적으로 하나님께 반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라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반복합니다. 특히 물에 쉽게 녹는 석회석 돌 대신 구운 벽돌로 대신하며, 거기다가 역청으로 방수처리를 합니다. 더구나 탑의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자고 한 것은 이번에는 홍수심판을 내려도 끄떡없다는 인간 힘의 과시입니다. 이것이 곧 인간 자력본위의 야심입니다. 하나님 없이 스스로 아성을 쌓겠다는 자만의 도발입니다. 현대 과학과 문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하나님을 중시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향해 도전할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교만은 하나님 앞에서 무용지물입니다. 말 한마디의 발음만 달라져도 서로 못 알아듣고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그들은 결코 흩어지지 말자고 바벨탑을 쌓았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시니, 함께 일을 할 수가 없어 공사를 그치고, 결국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7~9절) 이것이 곧 교만의 적신호입니다. 누군가가 나폴레옹에게 충고했던 말이 적합한 교훈입니다. “일은 사람이 꾸미되, 성패는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Man proposes but God disposes.) 하나님은 인간의 교만에 대하여 비웃으십니다. 시편 2편 4절을 보면, 하늘에 계신 하나님은 세상의 군왕들이 저지르는 소행을 내려다보시며 비웃으십니다. 오늘 본문 5절 이하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하나님이 직접 내려오셔서 단방에 흔들어버리십니다. 그래서 바벨탑 프로젝트는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만할수록 쉽게 무너집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교만은 하나님 앞에서 풍전등화요, 누란지세입니다. 하나님이 입김을 한번 발하시면 천지가 진동합니다. 지축이 흔들립니다. 하늘의 별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잔잔한 바다가 흉흉하며 노도광풍이 일어납니다.‘이방이 떠들고 나라들 모여서 진동하나 우리 주 목소리 한번 발하시면 천하에 모든 것 망하겠네.’요즘 나에게 나타나고 있는 교만의 적신호를 잘 감지하여 겸손한 자세를 잘 유지하며 사십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합니다. 자기를 중시하지 말고, 하나님만 높이며 살아야합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꺾으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십니다. 겸손한 만큼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하나님은 겸손한 자를 크게 축복하시고 도와주십니다. 성경은 약속합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능력의 손 아래로 자기를 낮추십시오.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높이실 것입니다.』(베드로전서 5:6)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물리치시고, 겸손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주십니다.』(야고보서 4:6)『주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십시오. 그리하면 주님께서 여러분을 높여주실 것입니다.』(야고보서 4:10)자신을 낮추는 만큼 높여주십니다. 내려가는 만큼 올려주십니다. 비우는 만큼 채워주십니다. 때로는 뭉개지고 부서지는 만큼 작품이 되게 하십니다. 비참해지는 만큼 비상시켜주십니다. 겸손해지는 길만이 존귀함에 이르는 비결입니다. 당신이 겸손한 만큼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