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사람

눅14:7-11,김진홍목사

지난 주간에 저의 눈길을 끈 두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 1등으로 달리던 사람들의 자살사건입니다.

지난달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기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라는 삼성전자 부사장이 투신자살했습니다.

최근에는 모 대학병원 교수가 병원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또 초전도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물리학 교수가 자살했습니다.

이들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성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겉으로 봐선 남부러울 게 없는 그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최고’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인 내가 밀려나는 것은 아닌가.”

“세계적인 논문을 내야하는데 힘들다.”라는 이들의 유서 내용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이 거쳐 온 경쟁사회에서 계속 선두를 달리며 실패의 경험 없이 사회의 스포트라이트와 혜택을 누리던 사람들입니다.

뒤처져본 사람이라면 ‘최고’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줄곧 박수와 찬사만 받아왔던 사람은 다릅니다.

사람들의 박수와 찬사가 사라지고, 자신은 사회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에 미치면 견딜 수 없는 것입니다.

김성진 가천의대 석자교수는 미래 인류의 사망원인 1위는 암도 아니요, 당뇨병도 아니고, 우울증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깊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앞으로 사망원인 1위가 된다는 사실은 물질문명의 발달과는 반대로 인류의 정신이 피폐해져서 극도의 강박관념이 만연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테트라 어멜리아’라는 선천적 질병으로 팔다리가 없이 작은 왼발에 발가락 2개를 가지고 태어난 ‘닉 부이치치’가 한국을 방문한 일입니다.

그는 1982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걷고 뛸 무렵 그는 삶의 기쁨보다 좌절과 고통을 먼저 배웠습니다.

응석받이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할 열 살 즈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을 만나고 나서부터 수영, 줄넘기, 골프, 농구 등 스포츠를 해냈고 호주 그리피스대에서 회계학과 재무학을 복수 전공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족 없는 삶(Life Without Limbs)’이란 비영리 장애인 단체를 만든 후부터 29개국을 다니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는 ‘온누리교회’에서 이렇게 간증했습니다.

“저는 팔다리가 없지만 행복합니다. 하나님의 자랑스러운 피조물이니까요. 여러분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는 자살 충동에 시달릴 때 요9장에서 소경을 고치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읽고 내가 소중한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으며. 자신을 행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에 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습니다.

(요9:3절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자살했다면 오늘날 얼마나 많은 것을 놓쳤겠습니까? 그러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참고 깜박거리는 불꽃을 부여잡고 예수님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그분은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넘치는 은혜를 부어주실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보고 단 한사람이라도 삶에 용기를 얻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일보 신문의 표제는 ‘모두 그를 우러러보았다.’였습니다.

무엇이 이 둘의 차이를 만들었습니까?

한쪽은 다 가졌지만 삶이 불행하다고 자살했습니다.

다른 한쪽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삶이 행복하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둘의 차이를 만들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그분을 삶의 주인으로 모신 ‘닉 부이치치’는 행복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신다는 것은 나는 그분의 종이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겸손’이라고 말합니다.

1. 본문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해야 할 지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왔을 경우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부끄러움을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끝자리에 앉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인이 “왜 여기에 앉았느냐? 높은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말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함께 앉은 사람들로부터 영광을 얻게 됩니다.

이것은 일종의 처세술을 가르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단순히 ‘겸손한 행동(humble behavior)'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진실로 '겸손한 존재(humble being)'가 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의 흉내만 내는 자들이 아니라 중심에서 겸손한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겸손해야만 이웃과의 관계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론으로 주님은 11절에서,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 속에는 마지막 때에 '대역전(The great reversal)'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자가 그 때에는 낮은 위치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고 보잘 것 없는 위치에 있던 자가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국의 영원한 높은 자리를 바라보며 오늘을 겸손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약4:10절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벧전5:5-6절 “젊은 자들아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종하고 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2. ‘겸손’하면 낮은 곳으로 향해 흐르는 ‘물’이 생각납니다.

성경에는 물과 관련된 말씀이 구약에 732회 나오고, 신약에 124회 나옵니다.

겸손을 본질로 하는 물을 관찰해 보면 겸손이 얼마나 놀라운 덕목인지를 알게 됩니다.

1) 물은 생명을 줍니다.

죽음의 땅인 사막에도 물이 흘러 들어가면 생명의 땅이 됩니다.

에스겔 47장에 보면, 성전에서 나오는 물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겔47:9절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물이 흘러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

한비야씨가 쓴 ‘그건 사랑이었네’라는 책에는 남부 수단에서 구호활동을 한 얘기가 나옵니다.

물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담도 담겨있습니다.

마을 한가운데로 강이 흐르지만, 그곳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수부족입니다.

그 강에 소 떼도 목을 축이고 똥오줌을 눕니다.

목동들은 그 강에서 목욕을 하고, 강물을 손으로 떠 마십니다.

물속에는 기니아충이라는 기생충이 서식합니다.

기니아충의 알이 몸에 들어가 부화하여 성충이 되면 살을 뚫고 나옵니다.

기니아충이 팔다리를 뚫고 나오면 다행이지만 뱃속의 내장이나 뇌를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물이 없거나, 오염된 물을 먹고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질병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한해 평균 5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에게 물은 말 그대로 생명입니다.

물은 생명을 줍니다.

2) 물은 상황을 수용합니다.

물은 흐르는 길에 산이 있으면 산허리를 돌아갑니다.

물은 흐르는 길에 돌이 있으면 돌아갑니다.

억지를 부리지 않습니다.

오늘 새벽기도회에 우리는 시편 74편을 읽고 묵상했습니다.

시편 74편에는 성도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맞닥뜨리면 사용하는 단어가 나옵니다.

‘어찌하여’와 ‘어느 때까지이니까’입니다.

시74:1절 “하나님이여 주께서 어찌하여 우리를 영원히 버리시나이까 어찌하여 주께서 기르시는 양을 향하여 진노의 연기를 뿜으시나이까.”

시74:10절 “하나님이여 대적이 언제까지 비방하겠으며 원수가 주의이름을 영원히 능욕하리이까.”

‘어찌하여’라는 질문은, 왜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어느 때까지이니까’는 언제 이 고난이 끝날지 모르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질문은 성도가 할 바른 질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도는 고통스럽지만 이렇게 고백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옳으십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이유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옳으십니다.” 이렇게 고백하고 나면, 원망이 사라지고, 감사가 터져 나와요.

이렇게 고백하고 나면 불평이 사라지고, 찬송이 터져 나와요.

이렇게 고백하면 눈물이 터져 나와요.

천안대 기독교학과장인 유호준 박사께서 이런 간증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운전기사였던 아버지는 집사였지만 진짜 하나님을 사랑하는 분이셨답니다.

방학이 되면 방학기간 38일 중에서 30일은 아이들을 기도원에 데리고 가서 성경을 읽히고, 기도를 시킬 정도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이 15살 되던 해에 백혈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가장이 사망하니 집안 살림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무진장 고생을 했습니다.

그 때 아들은 ‘어찌하여’를 연발하면 하나님께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유호준 교수는 이렇게 그의 간증을 맺었습니다.

“그 당시 내가 오늘날 학위를 얻고 이런 자리에 있게 될 줄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

물처럼 어려운 환경조차 ‘하나님은 옳으십니다.’라고 수용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은 틀림없이 그의 신실하심을 보여주십니다.

3) 물은 화합합니다.

강물은 깨끗한 물, 더러운 물 모두를 받아들입니다.

강물은 흙탕물, 샘물 모두를 받아들입니다.

강물은 동쪽에서 흐르는 물, 서쪽에서 흐르는 물 모두를 받아들입니다.

강물은 경상도 물 전라도 물 다 받아들입니다.

물은 경계를 만들지 않습니다.

물은 화합하여 어느덧 깨끗하게 정화시킵니다.

물은 공동체의 화합을 이룹니다.

이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겸손한 삶이 됩시다.

겸손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칩니다.

겸손은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주고, 힘든 상황일지라도 믿음으로 수용하게 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