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설교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오늘 무슨 설교를 하려는지 여러분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우리 감사드립시다.’라는 내용의 설교입니다. 당연하지요? 추수감사절인데 무슨 다른 내용의 설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까지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의 절기를 지킬지는 알 수 없지만, 추수라는 것은 점점 더 우리와 상관이 없는 것이 돼 가고, 우리는 농사를 짓지도 않을 뿐더러 추수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또 감사를 일 년에 한번 몰아서 한다는 것도 어폐가 있습니다. 농촌이라면 추수철을 따라서 감사를 해야 되겠지만 도시인들이 왜 그 전통을 따라야 되는지, 그리고 요즘은 가을만이 추수철이 아닙니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기 때문에 연중 내내 수확을 거두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감사해야 될 이유를 찾으려는 것도 사실은 괴로운 일입니다.
마치 쌀독의 바닥을 긁는 것처럼 감사의 이유를 찾아야 된다면 그것은 의무적으로 감사하는 것이지 마음에 우러나서 감사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감사할 이유를 찾는 것이 빈 독의 바닥을 긁는 것과 같다면 마음의 괴로움만 더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성경에서 예수님이 감사를 하신 사례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예수님은 어떤 경우에 감사를 드렸느냐?
참고로 예수님은 식사를 하실 때에는 감사기도를 드리지 않고 축복을 하셨습니다. 오병이어를 가지셨을 때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셨다고 했는데, 이것은 식사기도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축복이라는 것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감사기도라는 개념으로 변한 것입니다.

신약성경은 예수님이 하나님께 감사하신 두 가지 사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실 때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항상 내 말을 들으시는 줄을 내가 알았나이다’라고 기도하신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본문에서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라고 기도하신 것입니다.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신 것은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기도라면 겟세마네의 기도만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그러나 예수님이 항상 그런 식으로 기도하신 것은 아닙니다. 겟세마네 기도는 헌신의 기도입니다. 헌신의 기도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항상 그렇게 기도하시지 않으시고 예수님은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라고 기도하셨어요.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으실 것을 믿었습니다. ‘항상 내 말을 들으시는 줄을 알았나이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100 타율이에요. 백이면 백, 하나님이 예수님의 기도를 들으셨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기도한다는 말은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실 줄을 믿는다는 말이에요. 이것은 예외가 아니고 기본이에요.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고 안 들으시는 것이 놀라운 것입니다. 우리가 왜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느냐? 한 가지 문제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 문제,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한 가지 문제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만을 생각하면 하나님이 내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 것 같지만 그 이외의 것들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은 기도가 응답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당장 내게 급한 한 가지가 응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머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당신의 기도를 들으심을 믿으신 것뿐만이 아니고 ''내 말을 항상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지셨습니다. 그 말은 하나님을 신뢰하셨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두 번째 감사의 사례는 오늘 본문에서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옳소이다 이렇게 된 것이 아버지의 뜻이니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5절과 26절을 같이 읽어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옳소이다!’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은 하나님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이 옳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감사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옳소이다’라는 말이 따라와야 됩니다.

이 부분에서 왜 우리가 하나님께 쉽게 감사하지 못하는가 하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하나님이 옳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이유를 모릅니다. 납득하지 못합니다. 납득하지 못하는 것뿐만이 아니고 싫어하고 반대하고 저항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하나님께 감사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신앙은 하나님과의 불편한 동거입니다. ‘저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지 마세요. 나도 내 불평을 말하지 않겠소.’
하나님만 예민한 게 아니고 주변 모든 사람과 예민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마치 미혼여성 앞에서 결혼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처럼, 재수생 엄마 앞에서 대학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처럼 예민합니다. 침묵합니다. 그런데 침묵은 감사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의로우시다’라고 말할 때 의롭다는 말은 옳다는 뜻입니다. righteous라는 단어의 어원은 right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의롭다는 말은 옳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의로우시다고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의 도덕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의 행사, 하나님의 뜻이 옳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항상 옳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에요.

그런데 하나님이 옳다는 고백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고 많은 고민과 번민을 필요로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많은 고민의 결론입니다. 오늘 읽지는 않았지만 20절부터 보면 예수께서 권능을 가장 많이 베푸신 고을들이 회개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예수님의 마음이 많이 상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권능을 가장 많이 베푸신 고을들이 회개치 아니하므로 그 때에 책망하시되 화가 있을진저 고라신아 화가 있을진저 벳새다야 너희에게서 행한 모든 권능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하였더면 저희가 벌써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였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두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가버나움아…’ 가버나움은 예수님이 사역을 하셨던 중심지역입니다.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높아지겠느냐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 네게서 행한 모든 권능을 소돔에서 행하였더면 그 성이 오늘날까지 있었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오죽하면 예수님이 갈릴리를 소돔 땅에 비교하시면서 ‘내가 너희 가운데 행했던 권능을 소돔 땅에서 행하였더면 소돔은 벌써 옛날에 회개했을 것이고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얼마나 마음이 괴로우시면 이런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당신이 그렇게 애를 쓰고 수고를 많이 하셨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당신의 사역이 그렇게 결과가 흡족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열심히 이적을 행하시고 말씀을 선포하셨는데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와중에 예수님이 오늘 본문의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여기에서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이란 이스라엘 선민을 말하는 것입니다. 선민에게는 숨기시고 반대로 ‘어린 아이들’이란 이방인들을 뜻하는 것입니다. 장차 이스라엘 백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하지만 이방인들이 기쁨으로 이 구원의 진리를 받아들이게 될 것을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록 예수님이 바랐던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 줄을 믿고 감사하셨다는 얘기에요.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은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평소 계획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하여, 우리의 기대했던 대로 인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우리 모두는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옳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라고 고백을 할 때가옵니다.

하나님의 뜻은 누가 나에게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스스로 깨달아야 되는 것입니다. 만일 누가 바울에게 ‘당신 육신의 가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바울이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했겠습니까? 그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의 말입니까? 천만의 말씀이에요. 받아들이지 않는 것뿐만이 아니라 시험에 들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뭔데 내 육신의 가시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함부로 말하느냐? 당신은 내 육신의 가시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느냐?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하나님의 뜻이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함부로 말하느냐?’라고 반발했을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에요.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는 있지만 남의 사정에 대하여 함부로 하나님이 뜻이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건 당사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되는 부분입니다.
바울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 하나님이 내가 자고하지 말라고 이 가시를 주신 것이구나. 하나님의 은혜가 내게 족하구나.’ 고린도후서에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은혜가 내게 족하다고 말할 때, 내게 족하다고 고백했지 너희에게 족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건 우리 각 사람이 깨달아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설교자인 바울도 그 부분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입니다. ‘나도 육신의 가시를 놓고 씨름을 한 결과로 깨달았노라 주의 은혜가 나에게 족하도다’ 그 말은 너희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은 각 사람이 받아들여야 될 부분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감사라는 것은 예절의 차원이 아닙니다. 우리가 서양의 문화에 대해 부러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들의 예절 아닙니까. ‘Thank you. Excuse me. Pardon me.’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몸에 밴 문화. 그런데 누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때 Thank you 라고 말하는 것은 그건 말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지요. 그건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가 원래 퉁명스러운 성격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것이지 누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 때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은 예절의 차원이 아니고 신앙의 차원입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뜻을 믿는다는 얘기입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뜻과 섭리를 믿고 감사한다는 얘기에요. 설령 일이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을지라도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이 없이는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감사는 예절이 아니고 믿음이에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감사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믿음을 온전히 얻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제일 친한 친구가 동시에 저의 라이벌이었습니다. 우리는 공부뿐만 아니라 상식을 축적하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도 경쟁을 했습니다.
하루는 비행기 동체의 재료가 무엇이냐를 놓고 내기를 했습니다. 저는 알루미늄이라고 주장을 하고 그 친구는 두랄루민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우리는 심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가서 여쭈었습니다. ‘선생님, 비행기의 재료가 알루미늄입니까? 두랄루민입니까?’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알루미늄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이긴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의기양양하게 제 친구의 이마에 알밤을 때렸는데, 하지만 사실은 둘 다 옳은 것입니다. 두랄루민은 알루미늄의 한 종류입니다. 다만 선생님이 그것을 모르셨던 것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그 일을 민망하게 생각합니다. 사기를 친 느낌이었어요.

인간은 옳은 것 같을 때에도 틀립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때로는 거짓을 동원해서라도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옳은 것입니까? 어떻게 거짓으로 증명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입니까? 신문에 나오는 대부분의 기사들,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가 옳다고 주장을 하는데, 다 틀렸어요. 비판을 받는 사람도 틀렸고, 비판을 하는 사람도 틀렸습니다. 다만 다 틀렸다고 하게 되면 국민이 혼동에 빠질까봐 한쪽이 옳은 것처럼 믿어주는 것뿐입니다. 이 세상에는 옳음으로 가장한 거짓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우리가 회개한다는 말은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제가 옳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틀렸습니다. 저의 옳음은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었습니다. 옳다고 주장하려다가 오히려 더 거짓을 행했습니다.’ 이것이 회개에요.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이 옳으심을 고백해야 됩니다. ‘하나님이 옳습니다. 내가 틀리고 하나님이 옳습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는다는 말은 우리의 옳음을 주장하지 않고 하나님의 옳음을 의지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진짜 믿음이에요. 이것이 우리를 의롭게 하고 우리를 구원하는 믿음인 것입니다. 풍랑은 그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믿음으로 감사를 하지만 조금 후면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입니다. 할렐루야!